지난 11일 ‘다 함께 talk, talk! 인천 친환경 자체매립지’라는 주제로 인천시민 대토론회가 개최되었다. 300명 정도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인천시와 인천경실련의 발제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류제범 인천시 수도권매립지정책개선단장은 발표를 통해 “자원순환 선진화도시 인천 실현은 친환경자체매립지 조성으로 이룰 수 있다”는 자체매립지 조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이번 시민 대토론회 등과 같이 지역사회와의 공론화를 통해 2025년 직매립 제로화 목표를 달성하고 친환경 폐기물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직매립 제로화 목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매립 종료 시기인 2025년을 앞두고 있고, 4자 합의에 따라 추진되어야 할 대체매립지 조성에 대해서는 인천시와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독자적인 자체 매립지 조성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시의 입장은 4자 합의에 따라 연장된 3-1공구를 끝으로 수도권 매립지에 대한 매립을 종료하겠다는 것이며, 환경부가 주도하여 새로운 매립지 선정을 포함한 친환경적인 폐기물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분명히 정리되어야 하는 쟁점들이 있다.

첫 번째는 폐기물의 처리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환경부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다만 향후에도 이 논리는 흔들림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어떤 역할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사무라는 것이 엄격히 준수되어야 서울시도 서울시의 사무인 폐리물처리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순간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지방자치의 활성화, 연방 국가에서 주정부 수준의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면 폐기물처리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여는 불가하며, 꼭 필요하다면 지방자치단체들 상호간의 합의를 통해 공동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발생지처리의 원칙이다.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환경 정의이고 환경법의 기본 원칙이다. 발생지처리의 원칙은 원인자책임의 원칙과 동일한 선상의 원칙이며, 폐기물을 발생시킨 원인자들이 처리시설의 설치, 운영 기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주민수용성이다. 발생지처리의 원칙은 광역단위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천의 기초 군구에도 소각장, 폐기물 분리시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매립지가 들어서야 한다. 지금이야 원칙을 확인한다는 수준이니 누구도 크게 반대하지 않겠지만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이런 시설들이 들어선다고 구체화되는 순간 휘발성을 가진 사회적 갈등이 될 것이다.

인천시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리고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연장은 불가하다는 점에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확고히 하되, 2025년 이전에 강력히 선행되어야 하는 폐기물 발생 최소화와 재활용 정책이 실천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폐기물의 발생과 재활용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세계적인 친환경도시가 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체매립지의 선정이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먼저 할 수 있고 반드시 필요한 발생 최소화와 재활용 정책에 대한 계획과 실천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직매립 제로화와 대체매립지 선정이라는 상호 모순된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서구의 청라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서구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없는 한 매립지와 소각장을 동시에 수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가 확실해지고, 다른 군구에도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서구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소각을 위한 소각장의 시설 개선, 심지어 확장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정책의 우선순위, 실효성, 주민수용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폐기물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공론화는 필요하지만 지연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의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민들과의 갈등이 두려워서일 수도 있고 무능하거나 생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공론화라는 직접민주주의가 활성화되면 시의회 무용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폐기물 정책에서 대의민주주의가 휴업 중이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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