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비를 동반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했다. 사망·실종자는 50명을 넘었고, 산업 전반의 피해가 컸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연간 내리는 비의 절반 가까이가 내렸고, 제방이 무너져 범람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20일 제20호 ‘너구리’, 제21호 ‘부알로이’가 나란히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는 뉴스 보도가 나왔다. 아직 ‘하기비스’의 여파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두 개의 태풍이 또다시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기사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거란 예측이다.

이달 초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피해가 났다. 3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많았다. 16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농작물 피해는 7천만 m²에 달했다.

과거 태풍 때와 달리 직접적 영향권에 들면서 인천의 피해도 심각했다. 강한 바람 탓에 1명이 숨지고, 건물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폭우를 동반하지 않아 침수피해는 빗겨갈 수 있었다.

최근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특히 한반도까지 올라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 한반도를 내습한 태풍 대부분이 북상하면서 세력을 잃어 인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인천지역이 직접 영향권에 포함되는 일이 잦아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기후변화가 인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바다와 접해 있는 인천은 태풍 및 폭풍해일, 해수면 상승, 연안침식, 해안침수로 발생할 수 있는 해양재난과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은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하기만 하다.

‘2018 인천시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100년, 인천 앞바다 수위가 지금보다 27.2㎝ 더 상승한다. 인천지역 전체면적의 약 5%(50㎢)의 육지가 물에 잠긴다. 파도 높이도 62.5㎝ 올라가고, 태풍의 순간 최대풍속도 초당 34m로 강해진다. 태풍이 통과할 때면 하루에 243㎜의 비가 인천지역에 내린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인천지역 해안의 침식과 해수 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천해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태풍 강도의 증가로 분석했다.

비단 태풍이 아니더라도 최근 이상 기후변화 현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오는 일이 잦다. 이럴 경우 육지로부터 바다로 빠지는 빗물의 직접 유출량이 늘어난다. 그러나 빗물이 해수면이 높아진 바닷물에 막혀 미처 빠지지 못하고 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노후화된 하수관거로 인해 빗물이 제 때 바다로 방류되지 못할 경우, 침수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지역의 강우량이 10년마다 5% 증가하고 있다. 강우량이 문제가 아니다. 시간 당 내리는 비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인천지역의 대표 매립지인 송도, 청라, 논현, 영종의 매립 높이는 최대 7.5m, 5.2m, 6.3m, 6.0m로 당시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립 높이를 결정했다. 방파제, 방조제, 제방 등은 태풍·폭풍해일 높이인 30㎝를 높이는 등 천편일률적인 설계를 적용했다. 폭우·강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단지 해안 구조물의 높이를 30㎝ 높이는 것으로 대신한 꼴이다.

이처럼 인천 기후변화에 취약한 실정이지만 대책 수립은 미흡하기만 하다. 아직까지도 바다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대규모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이지만 기후변화를 대비한 제방이나 하천 주변 지역에 대한 안정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미래세대에 물려줘야할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도 갖췄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적극적인 준비를 할 때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모니터링을 통해 관측자료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한 대책 수립은 이미 시작됐어야 했다. ‘다행’ 이라는 말 보다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필요한 지금이다.


정민교 인천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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