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연출한 ‘가스 등’라는 연극이 있다.

남편 ‘잭’이 도둑질을 하면서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아내‘벨라’를 억압해 무기력하게 만들고 죄를 씌운다는 내용이다.

1938년 당시 연극이 상당한 이슈를 이끌어 내면서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연구가 진행됐고, 이것이 최근 꽤 자주 언급되는 ‘가스 라이팅’의 시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 억압하고 자신감을 떨어트리는 행위 전부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데, 가족 또는 직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직장에서 악용되는 사례는, 상사가 부하직원의 자신감을 떨어 트리고 억압해 이직, 보직 변경을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며 종국에는 퇴직하도록 하게 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도자재단에서 이 ‘가스 라이팅’이 발생하고 있다.

몇년간 도자재단에 헌신한 모 직원의 인사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 한 것이다.

그 과정이 황당하다. 보직 변경 인사 직전날, 술자리에 이 직원을 불러 놓고 "중책을 위한 인사이니 참고 지시를 받으라"고 지시 한 것.

해당 직원은 팀원 한명 없는 유명무실한 팀의 팀장이 됐다.

게다가 팀원을 구성하는 것에도 제한이 걸렸다. 함께 일했던 재단 내 직원이 아닌 외부 계약직으로만 팀을 구성하란다.

이뿐 아니라 재단 내에서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과거 뇌물 등의 혐의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신임 대표와 자주 함께 있다는 목격담이라던가, 해결이 불가능한 형태의 인사 방향이라던가 하는 소문이다.

이런 소문과 인사가 재단 직원 전부를 조금씩 억압하면서 불안에 빠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스불 아래 흐릿한 시계(視界) 속에서 없던 죄를 만들어 내며 무기력해진 ‘벨라’처럼 재단이 변하고 있다.

이 연극의 마지막은 두가지 버전이 있다. 죄는 밝혀지지만 벨라는 무기력한 사람이 된채 살아가게된다. 또 다른 버전에서는, 벨라가 직접 남편의 정체를 밝혀내고 자신을 되찾게된다.


백창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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