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였던 배우 설리가 스물다섯의 나이에 갑자기 사망했다.

자유분방한 행동과 악성 댓글에도 당당해하며 밝은 모습을 유지했던 그녀였지만 정작 악성 댓글이 큰 상처가 됐고 ‘괴롭다’는 메모를 남길 만큼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설리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문득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조커’가 생각났다.

주인공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뇌질환으로 갑자기 웃음이 튀어나오는 병에 걸렸지만 코미디언을 꿈꾸며 광대 분장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돌아온 건 경멸과 냉소뿐이었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의 모습에서 설리가 비쳐졌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했고, 무너지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슬픈 결말을 맺아야 했다.

영화 등장인물과 인기 연예인을 비교한다는 게 억지라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마음의 병에 힘들어 했고 이에 맞서려 노력했던 만큼 서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마음의 병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음의 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악성 댓글은 기존 법안으로 처벌 수위가 미미하다는 한계가 지적됐고, 악플러 근절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여야 대립 속에 논의조차 못하고 잠들어 있다.  

사회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 역시 과거에 비해 장벽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다. 

점점 스마트해지고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시기가 찾아오면서 정신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스스로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의지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만드는 것. 개인과 사회가 모두 나서 신경써줬으면 한다. 

이한빛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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