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지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온 나라의 긴장이 연속되고 있다. 일단 발병하면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육박한다니 무섭기도 한다. 돼지열병이 발생한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 등에서 얼마나 피해를 주고 있는지 보았기에 더 초조하다.

속 시원히 발병의 원인이나 감염경로를 밝혀내지도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다. 원인을 알아야 그 치료약도 개발할 수 있고 감염경로를 알아야 차단할 방법을 찾을 텐데 막연히 수그러질 때만 기다리는 형국 같아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게 조류독감, 구제역이란 말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다른 나라에서 발병한다 해도 긴장이다.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 난다.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난 일들이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결국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도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은 이 생명의 연계고리에서 예외일 수 없는 것 같다. 남미에서 수입한 과일, 유럽에서 들여 온 삼겹살. 아프리카 앞 바다에서 잡은 참치, 북미에서 사 온 밀가루, 호주에서 수입한 소갈비 등 어느 한 고리를 끊으면 안 될 만큼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이런 유통의 전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안전한지는 의문이 든다. 농약을 빨아 먹은 과일,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 중금속을 먹은 돼지 등 어느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오염원을 먹었는지 얼마 남아서 우리가 먹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에 오염원이 쌓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너무 과도한 우려일까?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직간접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달나라에 가서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연계된 생명체의 사슬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오염원을 줄이는 것 정도일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생명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무심코 버려진 오염원들은 생명을 파괴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 몸에 쌓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우리가 누린 만큼 우리 후손들도 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마음껏 누리고 마음껏 버리며 산다. 이 과정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를 너도 나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내가 한 행동들의 결과가 우리에게 또는 후손들에게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 절실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습관을 바꾸어 나가다 보면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땅은 우리가 잠시 빌려 살다가 돌려 줘야 하는 땅이다.

머지않아 이 땅은 우리의 후손들이 주인이 될 것이다. 생명을 되살리자는 운동은 끊임없이 해야 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운동이다. 생명이 되살아나야 나라도 있고 후손도 있고 미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노력이 우리에게 맡겨진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야 선진시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돼지열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참 많아 안타깝다. 당사자들인 양돈농가는 얼마나 긴장하고 속이 상하겠는가. 애지중지 길러 온 자산인데 하루아침에 땅 속에 묻는 축산 농민들의 마음의 상처는 너무 클 것이다.

벌써 몇 달째 방역하는 공직자들과 주민들,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하루 속히 이 사태가 종식되길 두 손 모아 빌어 본다. 생명을 살리는 노력만이 가장 좋은 백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윤선옥 경기도새마을회 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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