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수개월째 제자리다.

인천시 관련 부서들의 ‘핑퐁게임’ 때문이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8월 일본 원폭피해 1세대를 초청해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중부일보 8월 14일자 3면 보도)

이날 참석한 1세대 피해자 10여 명은 인천의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와 2·3세대 피해자 지원, 지원센터 설립 등을 요구했다.

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도 배석해 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요구된 내용이 보건·의료, 건강증진, 복지 등 여러 부서와 관계된다"며 "관계 부서들의 조율이 필요하고 주무부서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무부서가 정해지는 데에만 3달이 걸렸다.

처음엔 건강체육국의 보건의료정책과와 건강증진과가 서로에게 떠밀더니, 나중엔 건강체육국이 복지국을 끌어들여 업무를 넘기려 했다.

하는 수 없이 최근 정책기획관실이 교통정리에 나서 건강증진과 업무임을 확인해줬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

당초 조례는 원폭 피해 1세대와 2·3세대의 의료지원과 실태조사,추모사업과 복지사업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강증진과가 주무부서가 되면서 추모·복지사업은 조례에 담기지 못할 처지다. 복지국 업무라는 이유 때문이다.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조성혜(민주당, 비례) 의원은 "주무부서 업무 이외의 내용은 조례에 넣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일부 사업은 제외될 상황"이라며 "다만 피해자와 자녀들에 대한 실태조사는 조례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 자치사무가 아니어서 주관부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추모, 복지사업은 관련 부서가 주관하는 조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인천의 원폭 피해 1세대는 41명, 2·3세는 50명이다.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관련 단체들은 피해자들이 등록을 꺼려 실제로는 3세대까지 300여 명이 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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