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정보프로그램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련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TV를 보면서 한 번쯤 의심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료인?전문가들과 방송국, 홈쇼핑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다. 한의사나 의료인, 식품 관련 교수, 요리사, 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특정 질병에 좋은 건강식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시간대에 홈쇼핑에서 여지없이 그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막연한 의심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인이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심의 제재를 받은 경우가 188건이나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건강 정보들 중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식품을 소개하고 홈쇼핑과 연계하는 의사들을 ‘쇼닥터(show doctor)’라고 한다. 이런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어 왔는지 모르지만 쇼닥터가 넘쳐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사람들도 많다. TV에 자주 등장하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의료인이나 전문가라는 후광효과를 이용해 건강식품 관련 정보를 소개하고 홈쇼핑에서 판매하도록 연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쇼닥터와 방송국, 홈쇼핑 등이 서로 연계하여 특정 제품을 판매한다는 의혹이 거의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송에 출연한 쇼닥터들의 말만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가 환자의 건강이 악화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환자의 주치의로서는 상당히 황당하고 그간의 치료과정이 헛수고가 되는 상황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건강식품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쇼닥터가 추천한 건강식품만 믿고 복용하는 약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쇼닥터도 분명히 의사라는 점에서 의료인으로서 기본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쇼닥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현직 한의사는 쇼닥터의 말만 믿고 따르다가 오히려 건강이 악화된 환자들이 많다며 이로 인한 피해를 밝혔다. 특히 쇼닥터가 의료인이기 이전에 사업가이며 방송도 본인의 건강기능식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방송국의 역할도 오십보백보다. 출연자에게 자극적인 내용이나 특정 물품을 언급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쇼닥터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닥터’보다 ‘쇼’만이 강조된다면 진정한 의료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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