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윤왕수(51) 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원장. 사진=윤상순기자
윤왕수(51) 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원장. 사진=윤상순기자

우리나라에서 의학을 전공한 사람들 가운데 의료봉사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의학,양학 등 의학 분류와 상관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기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됐지만 ‘동네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우리 이웃에게 더 친근한 인물들도 지역 곳곳에 숨어있다.

윤왕수(51) 인천 경희나라한의원 원장이 바로 그 중 한 명이다.

특별한 이력보다는 동네 한의원을 차리고 이웃의 삶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경의대 학의학과를 다니던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의 이웃 사랑은 벌써 30년을 훌쩍 넘겼다.

대면한 윤 원장의 인상은 선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다.

서글서글 웃는 모습에 자신의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더 집중했다.

 

사진설명 :윤왕수 원장이 학창시절 의료봉사단 피닉스에서 활동하던 당시 학교 교실을 빌려 마을 어르신들을 진료해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윤왕수 원장이 학창시절 의료봉사단 피닉스에서 활동하던 당시 학교 교실을 빌려 마을 어르신들을 진료해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대학교때부터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학창 시절 한의학과와 간호학과가 연합으로 의료봉사단 피닉스를 꾸렸는데 저도 거기서 활동을 했어요.여름이나 겨울 방학때 무의촌으로 항상 의료봉사를 갔죠.어느 날은 의료봉사 가기 전 2주 전쯤에 오리엔테이션을 했거든요.그 때 제가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돈과 엑기스제를 지원해달라고 졸았어요.그렇게 받은 돈을 들고 충청도,전라도,강원도 산골마을로 6박7일간 의료봉사를 시작했죠.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다보니 학교 교실을 주로 빌려서 어르신들을 무료 진료해드렸어요.학년별로 봉사도 차이가 있어요.1~2학년때는 안내,약재,보조 등을 담당했고 본과 3~4학년 때는 진료를 했습니다.당시에 하루 300에서 500명 정도 환자들이 몰려서 매우 힘들기도 했어요.그리고 저녁에는 오늘 하루 했던 봉사에 대해서 서로 열띤 토론을 했는데 개선점도 찾고 잘한 부분은 서로 칭찬했는데 산골에서 서로 다독이다보니 학우들끼리 서로 가까워지더라고요."

-그 때 했던 봉사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방학 때는 다른 지역으로 며칠 씩 가곤 했지만 학기 중에는 토요일 마다 돌아가면서 서울 중계동 빈민촌으로 의료봉사를 갔습니다.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개발 이전이라서 어렵게 사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노후된 집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마음도 아프신 분들도 꽤 계셨어요.당시에는 힘도 들었지만 많은 보람도 느꼈어요. 그래서 50년 전통의 피닉스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거든요.이제는 위치가 바뀌어서 일년에 두 번씩 방학 시즌이 되면 후배들이 "선배 스폰해주세요"이러면서 찾아오고 있죠."

-그럼 과감없이 지원해주시나요.
"오는 후배들보면 제 모습이 떠올라서 안줄 수가 있나요. 뿌뜻합니다."

-지금까지도 봉사는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봉사를 잊은 적도 없고 후순위로 미룬 적은 없었어요.한의원을 개원한 이후에는 동네 봉사단체인 연수사랑실천모임(연사모)에서 내과원장님,치과원장님과 같이 외국인 근로자와 영세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해주고 있고요.인천에는 섬이 많아서 섬지역으로 직접 배를 타고 찾아가 의료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연말에는 우리 회원분들과 홀몸 어르신이나 결손가족을 위해 쌀나눔 사업과 장애인 급식비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최근에는 인천 토박이 모임(인토회)라는 봉사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다음 달에는 이웃 동네 구월동에서 로데오거리 청소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향후 불우이웃돕기,외국인 근로자 돕기 등 많은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로서 무료 진료 봉사를 넘어 지역에서도 함께 하고 계시네요.
"그럼요.저는 직업이 한의사인거지 우리 이웃과 살아가는 시민인건 마찬가지니까요.제 지식을 바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 베풀고 제 몸이 건강할 때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지원할 수 있는 것도 다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한의사가 되신 건가요.
"원래 중학교를 다닐 때는 역사 쪽에 흥미를 가져서 사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님께서 영양도 안 좋으시고 힘든 일을 많이 하시다가 흉막염이 왔는데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나중에 한의원 치료를 하시고 좋아지셨는데 침으로 아픈게 낫고 마비가 풀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한의사가 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있던 누님도 적극 추천하셔서 마음을 굳히게 됐습니다.한의대 졸업 후 한의원을 개원한지 몇 년 만에 평소 친분이 있던 소경순,정찬길 교수님께서 연락을 하셔서 석·박사과정까지 밟게 됐네요.저는 재미로 이 일을 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가족과 지인 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한의사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요.
"가장 잘한다는 것보다 제일 관심있는 분야는 통증질환이에요.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신경에 의해 대뇌에 전달돼 나타나는 것인데 두통,요통,신경통,생리통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이것의 원인과 기전도 매우 다양한데 이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통증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매우 큽니다.통증을 해결하는데는 침,부항,뜸,봉독,약침,추나,한약 등 매우 다양한 방법이 치료에 이용됩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비만도 저의 큰 관심사입니다.저는 20여 년을 전문적으로 비만을 치료해왔는데 이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비만은 단순하게 날씬해지고 싶은 차원을 넘어서 비만환자 분들은 정신적으로 의기소침해지고 지방간,당뇨,고지혈증,관절염,동맥경화 등의 합병증도 생길 수 있으므로 치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비만치료 후에 혈당이나 간기능이 개선되면 제게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겠어요.
"우선 개원 초기에 할머니 한 분이 한의원에 오셔서 "남편이 폐암 말기이신데 병원에서 2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해서 퇴원했다"면서 왕진을 부탁했습니다.그날부터 일주일 내내 왕진을 가서 침과 간단한 한약을 써 드렸습니다.나중에는 한약도 못 넘기셨고 설태도 백태,황태,갈색태,나중에는 검은색태로 딱지가 지게 되었고 결국 두달 만에 돌아가셨습니다.그 때 정성을 다해서 환자를 돌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정성을 보였더니 완쾌하신 경우도 있으신가요.
"예전에 정육점을 하시는 50대 여자환자가 오셨는데 머리가 아프고 한쪽 귀가 화끈거린다고 하셔서,과로로 인해서 안면신경마비가 올수 있으니 치료를 꾸준히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그랬더니 갑자기 이 분이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며 화를 버럭 내시면서 한의원을 뛰쳐나가시는 겁니다.그런데 다음날 입이 돌아가셔서 다시 한의원으로 오셔서 보름정도 치료해 드렸더니 완치가 된거죠.그 분은 지금 저희 병원 단골환자이십니다. 또 사업하시던 여자 환자 분도 있으세요.비만치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침과 약으로 두달만에 14kg 정도 감량이 되셨어요.그런데 이분이 좋은 것이 있으면 조용히 있질 못하고 여기저기 소문내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많은 분들을 소개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이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웃음)"

-이제 100세 시대를 넘어 130세 시대라는 말이 있잖아요.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는 항생제의 개발을 비롯한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게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삶의 양은 늘었지만 삶의 질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암의 후유증으로 매일 고통스럽게 지낸다거나 자식들의 무관심으로 양로원이나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죠.그래서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소 본인이 재밌게 할수 있는 운동을 정해서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배드민턴,탁구,수영,조깅 같은 운동이 좋은데 가능하면 혼자 보다는 같이 하는 운동이 효과도 더 좋아요.아프더라도 평소 항생제 처방을 되도록 적게 받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해서 면역력을 길러야 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는 것이 좋아요."

사진설명 : 윤왕수(51) 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원장. 사진=윤상순기자
윤왕수(51) 인천 경희 나라한의원 원장. 사진=윤상순기자

-한의사 중 한 명이 바라본 우리나라 한의학의 개선 부분이 있다면요.
"한의학이 아직 제도권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난임사업,커뮤니티 케어(지역형 통합 돌봄사업),장애인 주치의 사업,치매 진단 등에 한의사 참여가 확대돼야 합니다. 또한 혈액 검사,X-ray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늘려 한의사의 의료권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응급의약품에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과 공공의료시설에 한의사의 채용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그냥 소박하게 동네에서 환자분들 말씀을 잘 듣고 친절하게 설명 드리고 진료하는 것이 꿈입니다.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수험생,정신과 치료 받다가 내원한 우울증 환자,디스크 치료를 받고 재발해서 온 환자,예전에 시집살이 하고 화병 생긴 할머니,출산하고 체중이 너무 늘어서 고민하는 산모.이야기를 잘 들어드리면 그 분들이 마음을 열게 되고 치료도 그만큼 쉬워집니다.여력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노인 분들을 위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운영할 계획입니다.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의 아들,아내의 남편,아이들의 아빠,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으로서 성실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참 어렵다는 생각이드네요."


조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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