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4천67만㎡ 장기미집행 상태, 부지매입비만 19조원 가량 소요… 일부 지자체 예산 반영조차 못해
민간 조성땐 특혜 등 우려돼 머뭇…정부 지방체 이자 등 지원책 절실

 

용인 고기공원 부지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용인 고기공원 부지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4천67만㎡’

내년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경기도내 도시공원부지 면적이다. 오산시(4천274만㎡) 면적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도시공원 조성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민간공원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만 ‘특혜의혹’에 휘말릴 수 있어 전전긍긍 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도시공원일몰제’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내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라 실효를 앞둔 도내 도시공원부지는 4천67만㎡(179개소)로 부지매입비는 19조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공원조성비까지 포함하면 29조 원 규모다.

도시공원일몰제란 도시관리 계획상 공원용지로 지정됐지만 20년 이상 공원이 조성되지 않으면 용도를 자동해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실효시기까지 9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도내 일부 지자체는 부지매입을 위한 비용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치 못 한 실정이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민간공원 조성 시 특혜의혹에 휘말릴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효예정지 16개소(160만㎡)가 있는 파주시는 부지매입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 했다. 지난해 금촌동 소재 금신공원(1만5천㎡)을 조성하는 데 44억5천만 원가량 비용이 들어간 것에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16개소에 공원을 모두 조성하려면 약 1천900억 원이 필요한데 지자체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원부지 7개소 실효를 앞둔 고양시도 올해 부지매입 예산으로 모두 600억 원을 편성했지만, 매입 예산확보에 부담을 느껴 내년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 한 상태다. 시가 추산한 7개소 부지매입비는 2천800억 원 규모다.

실효를 앞둔 부지가 10개소 이상인 평택(19개소), 포천(11개소), 안양(11개소) 등 지자체도 예산부족으로 일부 부지만 우선 매입한 후 3~4년 내로 단계적인 추가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민간소유 땅 70%…전문가 "난개발·환경파괴 우려"

도내 실효예정 부지의 약 70%가 민간소유 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하지 않을 경우 용도제한이 풀려 난개발 등이 우려된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5월 지방채 이자지원을 기존 50%에서 70%(광역시도 기준)로 인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절반(53%)보다 넓은 부지를 모두 매입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정부가 공원부지 매입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한 사이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땅이 사라질 위기"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우선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부지를 매입하고, 정부는 지방채 이자 및 원금지원 등의 카드를 꺼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공원사업자에게 공원부지 매입 때 세제감면 혜택 등을 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용도제한이 해제된다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라며 "정부가 적정 수준의 예산을 정해 지자체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도시공원 부지를 방치해 난개발을 초래한다면, 그야 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공원으로 조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일부 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원 등 공공시설로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려 극심한데…나홀로 한적한 중앙정부

정부와 여당은 전국 실효대상부지 절반가량을 공원으로 조성키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실효를 앞둔 전국의 3억6천300만㎡ 중 1억5천800만㎡(43%)에 공원조성을 목표로 지방채 이자지원율 확대 등 대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의원은 지난 7월 도시공원 실효시기를 유예하기 위한 ‘공원녹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국공유지에 한해 10년 범위 내 공원부지 효력을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이지만, 아직 상임위로 넘어가지 못 하고 소관위에 계류 중인 실정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가 ‘강건너 불구경’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1일 논평에서 "전국 지자체 평균 예산집행률이 2.5%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그 안에서 성적순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그야 말로 강건너 불구경 식 태도"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과 9월 ‘공원일몰제, 우리 지자체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공원일몰제 대응 최우수 지자체는 1위 인천 2위 대전 3위 제주’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지자체별 예산투입 현황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이자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민간공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도 논의 중"이라며 "지난 7월에는 공원녹지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적으로 부지를 매입하면 지자체가 매입비를 분할상환하는 토지은행제를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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