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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갑을 찾은 것 같다’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의 자리를 되찾은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중임을 맡은지 100일이 지났다.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안 시장이 리더쉽으로 이끌어 낸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31개 시장·군수의 수(手)는 차질 없는 고교무상급식 추진이라는 대마(大馬)를 잡았다.

재정 여력이 없던 31개 시군의 부담은 35%에서 28%로 줄었다. 시군은 줄어든 부담만큼 교육 예산을 늘려 학생들에게 혜택을 돌리기로 했다.

고교무상급식이 정상 추진되면서 도내 475개 고교, 학생 36만3천139명이 무상급식을 제공받는다.

20년 넘게 강단에서 단련된 안 시장의 목이 최근 바쁜 일정으로 저녁이 되면 쉰다고 한다.

중부일보는 안병용 시장으로부터 지난 100일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방향, 의정부시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으로 취임 100일이 지났다. 여느 때보다 협의회가 활발하다는 평가가 있다.
"지금 뒤돌아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취임해 보니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고교무상급식 분담비용 문제로 대립해 시군에서는 올해 하반기 예산을 한 군데도 세우지 않고 있었고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마다 분담비율 문제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1350만 도민과 31개 시군의 시민이 다르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가 한 발 물러서서 문제를 바라보면 해답이 보인다. 이재명 지사님과 진솔한 마음으로 소통하고 시장, 군수님들과도 수시로 의논하면서 도와 31개 시군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어려움도 있지만 의정부시 3선 시장으로서 행정경험을 살려 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저를 협의회장으로 선출해 주신 서른 분의 시장, 군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 주신 의정부시민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고교무상급식 예산 비율 조정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 9월 협의회 임원진과 이재명 지사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그날 도교육청 50%, 도 15%, 시군 35% 분담비율에서 도 분담비율을 20%로 상향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지사님으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들었다. 결국 도에서는 협의회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내년부터 5%를 추가 부담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후 교육청을 방문하여 이재정 교육감님에게 교육청에서도 5%를 양보해달라는 건의를 했다. 교육청의 재정 상황이 너무나 어려웠지만 고교무상급식 분담금 문제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기관간의 신뢰의 시작이라는 논리로 여러 경로를 통해 대화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협의회 정기회의가 있기 바로 전 날인 10월 17일에 교육감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교육청 분담비율을 2%로 상향하는 결정을 하게 됐다. 어려운 재정여건임에도 분담비율을 올려주신 이재명 지사님과 이재정 교육감님의 통 큰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협의회 차원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탄원서도 제출했었다. 2심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가.
"안타까운 마음이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경기도정이 안정되고 공정한 경기 만들기 정책들이 순조롭게 추진되는가 싶더니 2심에서 지사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저도 2심 판결 전에 시장군수협의회장 명의로 탄원서를 제출했고 재판장에도 이재명 지사의 곁을 지키면서 무죄판결을 기대했다. 삼권분립이 대원칙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2심 판결 내용을 보면 이 지사가 형 강제 입원 사건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강제 입원 시키지 않았다’는 TV 토론회 발언에 대해서 법원이 선거법상 유죄로 선고한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 각 계의 원로, 종교지도자,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제출이 줄을 잇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앞으로 시장군수협의회가 처리해야 할 중요 현안들은 무엇인가?
"협의회의 주된 업무는 각 시군이 일선 민원현장에서 느끼는 애로 사항이나 법령 및 제도가 미비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사항들을 경기도와 중앙정부에 개선을 건의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제반 사업과 정책을 추진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국가, 경기도, 각 시·군의 분담비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있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서로간의 신뢰가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을 해야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이유에서 제가 취임하면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 하나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전직 단체장님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1995년 민선1기 단체장이 선출된 지 벌써 25년이 됐다. 그 동안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선출한 단체장님은 모두 102명이다. 그런데 협의회 차원에서 전직 단체장님들과의 소통의 장을 만든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전직 단체장님들은 오랜 행정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를 가지고 계시다. 이 분들과 소통하면서 경기도의 발전을 위한 격려와 조언을 듣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12월 4일 의정부에서 경기도 31개 시군의 전직 단체장님 모두를 초청해서 상생 화합의 장을 열기로 했다. 매년 정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의정부시장으로서 최근의 경전철 해지시지급금 판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패소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전략적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판이 이렇게 될 것을 상정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 대비를 아주 잘 한 것이다. 금전적 가치는 결과적으로 4천억 원을 벌은 것이다. 유사한 사례의 지자체는 사업자가 파산을 해서 5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다 돌려줬다. 적자도 떠 안고 있다. 의정부시의 경우 현물가치를 따졌을 때 의정부에 투자된 시설은 그대로 남기고 그 중 2천억원만 돌려준 것이다. 적자 보전도 해주지 않는다. 이번 재판도 이전 사업자가 30년 운영권에 대해 4천억원을 가져온 것에 대한 절반만 재판한 것이다. 해지시지급금 2천억원 또한 최악을 상정한 대비에 따라 새 사업자에게 2천억원을 가져오도록 했다. 의정부시는 이전의 운영기간 동안에도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전략적으로 임해왔다. 처음에 바로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했다면 2배인 4천억원을 지급했어야 했다. 재판에서 진게 잘 됐다는게 아니라 이 선까지 이끌어 온 과정이 잘됐다고 본다. 이후 의정부 경전철은 새 사업자가 25년간 운영한다. 하루 4만3천명이 손익분기점인데 최근 4만명을 돌파했고 많은 날에는 5만명에 이른다. 적자를 보전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제 경전철에 국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추진하는 지자체는 1조 이상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데 의정부시민들에게는 경전철 시설이 그대로 남았다. 단순히 재판을 진 것으로만 판단하는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

-의정부시장으로서 의정부시의 방향도 듣고 싶다.
"의정부가 저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 볼 때 ‘화수분’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의정부는 저로 하여금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열정, 그리고 희망을 이루고자하는 의지와 성취욕을 무궁무진하게 쏟아내게 한다. 지난 9년간 시장으로서 시정 운영의 중심에 서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여러분에게 약속드린 ‘잘 사는 의정부, 8·3·5프로젝트’를 완성하여 의정부 100년 먹거리 창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3년 뒤에, 시민들에게 좋은 시장으로 평가 받기보다는 의정부 발전을 위해 열정이 많은 시장, 주어진 소명을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자기 의무를 하려고 했고, 또 했던 시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조윤성·노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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