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주고 산 외제차 고장… 지프 "美-韓 연료 성분 차이 탓"

"‘지프(Jeep)’니까 믿고 수천만 원을 들여 차량을 샀는데 딱 3일째부터 시동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39)씨는 일주일에 세 번은 지프 차량 이용을 포기한다. 큰 맘 먹고 자가용으로 장만했지만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월 4천만 원 상당의 지프 컴패스 리미티드 2019년식 차량을 구매했다.

그러나 구매 3일 만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덜덜’대다 이내 꺼지곤 했다. 결국 A씨는 서비스센터까지 찾았지만 ‘기기 결함은 아니며, 고급유를 넣는 것도 방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유명 외제차량인 지프 ‘컴패스’ 모델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며 수천만 원을 들여 구매한 차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5일 에프씨에이코리아(FCA코리아), 지프 운전자 등에 따르면 지프 컴패스 모델 일부 차량에서 시동불량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운전자가 시동 버튼을 누르면 차량이 방전된 것처럼 차체가 떨리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시동불량 건수도 30여 건(2018·2019년식 컴패스 모델)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자 지프 본사 측도 원인 분석에 나섰다. 지프 측은 미국과 한국연료의 성분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밝혔다. 차량 시동버튼을 누르면 공기와 연료가 섞이고 불꽃이 발생하며 시동이 걸리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미국연료 성분에 맞게 설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지프 측은 미국과 한국의 연료 성분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연료 비율을 수정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지프 서비스센터도 "고급유를 사용하면 미국연료와의 차이를 줄일 수 있으니 해결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하지만 차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프 컴패스 차주 A씨는 "몇 억짜리 슈퍼카를 산 것도 아닌데 시동을 걸 수 있는 해결책으로 고급유를 넣으라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며 "서비스센터에서도 시동이 걸리는 방법을 여러 개 소개하던데, 그 정도로 문제가 많다면 애초에 차량을 판매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FCA코리아 관계자는 "AS센터도 결국 연료 비율 때문에 고급유를 안내한 것 같다"며 "차주들은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점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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