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려동물 1천만마리 시대.이 말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반려견에 대해 대화를 해보면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른바 ‘집사’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 반려동물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그렇지만 겨울철 버려지는 유기견이 한 해 5천마리 가량.여름 휴가철에는 이보다 더 많은 8천마리 가량의 반려견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쉽게 구할 수 있고,쉽게 버려질 수 있는게 현재 대한민국의 반려동물이다.

게다가 여름 복날이면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수 많은 개들이 항생제와 질나쁜 사료들만 먹다 식당으로 팔려가고 있다.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어 생업을 뒤로한 채 동물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배우 이용녀(63)씨.

‘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대신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위해 법을 바꾸고,법을 만들고 있는 그녀다.이 씨는 일부 외국처럼 이제 우리도 반려동물세 등을 만들어 아무나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1956년 태어나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용녀씨. 지금은 유기견 100여마리과 함께 지내고 있다.지난 17년 동안 웃을 일도 많았고,울 일도 많았던 유기견과 함께 살아온 이 씨를 포천 자택에서 만나봤다.
 

- 유기견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쯤이었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친하게 지냈다.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우리 집에서 키우던 닭과 토끼,개가 13마리였다.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끝나면 동네 재래시장을 지나게 되는데 항상 생선집에서 버리는 것들과 야채가게에서 버리는 배춧잎,닭집에서 버리는 부속물 등을 챙겨 오는게 일상이었다. 이런 것 들을 내가 챙겨오면 아버지께서 끓여서 애들에게 주곤 했다.유년기는 그렇게 평범하게 지냈다.내가 더 컸을 때에는 집에 들어가면 인사만 하고 방에 들어가 버리고,부모님과 대화가 줄어들고 하니까 그때부터 아버지는 ‘가족들 다 필요없다.난 얘네들만 있으면 된다’고 하시곤 하셨다.걔네들은 언제나 아버지를 반겨줬으니 말이다.그정도로 아버지께서 동물을 좋아하셨다.그러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고 가족들이 다 헤어져 살게 됐다.난 서울 금호동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하루는 혜화동을 가려고 지하철 역을 가고 있는데 개 한마리가 한쪽 눈이 터져서 고름이 고이고 핏물이 묻어 있더라.인근 슈퍼 아주머니께 그 개에 대해서 물어보니‘유기견인데 옆에 학교 애들이 돌을 던져서 눈이 터진거다’라고 하더라.너무 이해가 안됐다.그게 말이 되나.개를 왜 버리나 했다.그래서 그 개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는데 수의사도 하는 말이‘이런 개들은 보호소로 넘어가게 되는데 안락사가 된다’고 하더라.너무나 충격적이었다.그런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당시에도 개를 한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그 개를 다시 데리고 와서 치료하고 같이 키웠다.그렇게 시작이 됐다."

- 어떻게 포천까지 오게 됐나.
"그 개를 시작으로 시간만 되면 시(市)보호소에 가서 개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전부터도 쓸데 없는 곳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았는데 이 애들과 함께 살면서 모아뒀던 돈을 3년만에 다 쓰게 되더라.그 전까지만 해도 누구한테 돈 빌려달라 소리를 못했는데 얘네들때문에 하게 되더라.그리고 5년이 지나니까 빚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내가 비겁해 지기 시작했다.보호소에 가서 아프지 않은 애들부터 데리고 나왔다.가슴이 정말 많이 아팠다.남 욕할게 아니었다.당장 돈이 안드는 애들부터 데리고 나왔더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당시 금호동에서 70~80마리를 돌봤다.결국에는 쫓겨났지만 말이다.이후 왕십리로 이사를 갔다.재개발로 빈 집엘 들어가서 1년 반 정도 지낼 수 있었다.거기서 식구가 더 많아지니까 하남이라는 곳으로 가게 됐다.논밭 사이에 있는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은 월세가 너무 비쌌다.월 120만 원 정도 내고 지냈는데 결국에 그곳도 미사지구로 개발이 되면서 나오게 됐다.그러다 8개월 정도 찾아 헤맨 곳이 포천이다.1평에 15만 원 정도로 저렴하고 넓기도 하고, 세상 편한 곳이다.대신 수도가 안되고,도시가스,인터넷이 안된다.버스도 큰 길로 30분 걸어 나가야지만 1시간에 1대씩 있다.폐허같던 이곳을 지난 3년 동안 내 손으로 청소하고,창고 짓고,연탄광 짓고,벽돌 깔고,시멘트 바르고 했다.지금도 손 볼 곳이 많지만 애들이랑 지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우리들 만의 공간이다."

- 연기활동은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현재 TV조선에서 방영중인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의 촬영을 최근 하고 왔다.큰 역할은 아니지만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마다않고 가고 있다.과거 연극무대에서 활동했을 당시에는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처럼 대극장에서만 작품을 올렸다.어렸을때부터 월급을 받고 공연을 했고,외국 시스템처럼 소품맨이나 의상디자이너가 붙는 등 규모가 큰 작품만 했다.그땐 짜장면만 먹고 한다던지,여관에서 잔다던지 하는 걸 전혀 모르고 연기했다.악극을 하면 주현미씨랑 했고,뮤지컬은 윤복희씨,연극은 그 때 잘나갔던 유인촌씨와 함께 했다.나 혼자서는 넉넉하게 살았다.그러다가 얘네들을 만나게 되고,돈이 다 떨어지고 나니 나이도 먹고 연극은 힘들더라.누가 영화를 하면 괜찮다고 하길래 그 쪽으로 가보니 처음 오디션을 보고 촬영을 한 게 ‘친절한 금자씨’다.이보다 앞서 가장 먼저 영화를 찍은건 ‘그 섬에 가고 싶다’였고,돈을 벌기 위해 처음 찍은 영화는 ‘여고괴담1’이다.그러던 중 친절한 금자씨를 찍으면서 박찬욱 감독을 알게 됐는데 굉장히 섬세한 감독이다.연극만 해봐서 영화촬영 시 용어를 전혀 몰라 얼빠진 채로 있었는데 정말 남모르게 슬쩍 와서는 이렇게 저렇게 지시를 해주더라.내가 그다지 살가운 편은 아니라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그 후에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작품에서도 날 불러줬다.굉장히 감사한 분이다.평소에는 정 많고,남한테 상처주는거 못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면도칼 같더라."

- 국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법은 무엇인가.
"우선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에 ‘신체적 고통’이라는 표현을 넣는데 성공했다.당시 우리는 정말 무데뽀였다.매일 환경부 담당 부서로 전화를 걸어 법에 신체적 고통을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무려 두달 반 동안 계속 전화를 걸었다.마지막에는 한 직원이 업무방해로 신고하겠다고 하더라.법에 신체적 고통을 넣게 되면 얘들이 찢어지거나 멍이 안들어도 때리는 장면 목격, 또는 케이지 안에 5시간 이상 넣어 놓아도 학대로 인정된다.지난달에 보니까 기르던 반려견 4마리에 물과 사료를 주지 않고 굶겨 죽인 사람에게 법원이 250만 원의 벌금을 내렸더라.이 법이 생긴걸 몸소 느끼고 있다.그리고 가축분뇨처리법 강화다.이상돈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발의하고,오신환·하태경 의원이 힘써줘서 개를 포함한 가축의 분뇨를 배출하는 무허가 축산농가에 대해 허가나 신고 신청을 하도록 강제했다.개농장들은 이 법 때문에 신고 또는 신청을 해야 된다.너무 감사드린다.이제는 가축에서 개를 빼야 된다.동물보호법은 반려견만,개농장 애들은 축산법에 해당된다. 똑같은 견종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과거 38년전 김홍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개고기를 먹으려고 시행규칙에 장관령으로 개를 소와 돼지,닭 사이에 끼어 넣었더라. 그러면서 축산위생법에도 개를 넣으려고 했는데 당시 식약청이 반려시켰다.보신탕집은 계속 있는데 지금은 식품위생법에 개가 없어서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니다.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황인데,연말에는 국회가 내년도 예산 때문에 정신이 없을테고,내년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열심히 할 것이다.아무리 사람들한테 ‘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라고 해봤자 버릴 사람들은 버린다.소용이 없다.법이 바뀌고 지금 번식장이 50%가량 없어졌다.더 없어질 것이다.나중에는 정식 브리더만 개를 분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년에 새끼 한번만 낳고,시설 깨끗하게 하고,냉온방 시키고,운동시켜야 된다.그러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겠나. 분양 가격 자체가 급등하게 될 것이다.만약 유기견이 생기게 되면 그 유기견을 분양받기 위해 줄을 설지도 모른다.현재 내장칩을 하고 있으니 1년에 두번씩 광견병 주사를 맞춰야 한다. 그거 안하면 벌금이다.이제 유기죄는 300만 원이다.이게 칩의 효과다.그리고 남은건 세금이다.반려세를 정부에 내야 된다.처음엔 연 5만 원씩 하고,그걸 정부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만들어 주면 된다.당장은 어렵겠지만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국회는 국민이 원하는 걸 법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다.우리가 원하는 걸 말해야지 말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건 안된다.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두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

김현우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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