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당시 적폐청산에 앞장선 집권세력이 부메랑이 된 기요틴으로 인해 빠르게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는 사실은 알려져있지만 이들이 인기영합적인 반(反)시장 정책을 펼치다가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자코뱅파는 ‘우유를 값싸게 먹을 권리’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우유 가격 인하 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우유 생산을 포기하고 젖소를 도축해 고기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가격은 급등했다. 젖소 도축을 막기 위해 자코뱅파가 내세운 후속 조치는 사료가 되는 건초 가격을 강제적으로 낮추는 일이었지만, 밭을 갈아엎고 도망치는 생산업자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사료 품귀로 인해 젖소와 우유의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인간의 욕망과 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경제적 참상이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시장 개입을 추구하지만 선하게 포장된 의도와 달리 목표한대로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킬 만한 정책을 찾기 어렵다. 수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44% 뛰었다는 최근 보도는 자코뱅파의 경제적 무능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 대한 오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좋은 주택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도심지 재건축에 가하는 규제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 살만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는 도심지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열기를 더하는 요인이 된다. 제3기 신도시 건설은 기존 제1기, 제2기 신도시의 대체재가 돼 이들 지역의 쇠락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뿐, 직장, 교육 등에 근거한 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서울 도심지 아파트 가격상승을 제어하기에 부족하며 신도시 건설 정책에 수반되는 토지보상금 지급은 부동산가격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분양가상한제는 서울 도심지 아파트 청약 열기에 기름을 붓는다. 공급가격 규제만으로 거래가격을 규제할 수 없기에 ‘청약’은 이미 수억 원 시세차액이 발생하는 소위 ‘로또’가 됐다.

시장에 대한 오해로 인해 문제가 심화된다. 주택은 관리 비용이 높은 재화이므로 사재기가 불가능하며 전월세 혹은 매매로 시장에 반드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과중한 보유세와 거래세는 거래 장벽으로 작용해 공급을 줄이고 서울 도심의 ‘똘똘한 1채’의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최근 자사고, 특목고 폐지로 인해 교육 수요를 대체할 수단이 줄었다는 점도 강남권 및 도심지 부동산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임차인은 사회적 약자요, 다주택자는 때려잡아야 할 대상’이라는 시각은 현실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다주택자는 대부분 오랜 경제활동을 통해 아끼고 축적해둔 부를 부동산 형태 자산으로 보유한다. 고액의 전세를 사는 사람은 주택 보유 대신 자동차, 여행 등 다른 가치를 중시하거나 고차원의 소비를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고, 저가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세금을 내면서 주택을 공급해주는 건전한 시장참여자일 수 있다.

원하는 집을 사면 잦은 이사를 피할 수 있어 주거가 안정되고 직장, 교육 등 생활 수준이 좋아지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하락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게 사 놓은 주택과 수년간 모아놓은 소득을 더해 더 나은 주택으로 갈아탈 수 있는 ‘주택 사다리’가 필요하지만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거래장벽을 높이면 현재 소득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봉쇄된다.

애초 서울 도심지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발상부터 잘못일 수 있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부동산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집권 초부터 부동산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서울 도심권 부동산을 팔았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다. 팔았다면 무능이고, 안 팔았다면 사악하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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