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박현숙|특별한서재|240 페이지



뛰어난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킨 장편소설‘구미호 식당’박현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6만 시간’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과 얽혀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마치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 바로 ‘6만 시간’이다. 저자는 십대의 ‘6만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소설 곳곳에 보물찾기를 하듯 에피소드들을 이곳저곳에 숨겨 놓았다. 학창시절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무는 것처럼 이 소설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된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형성되고 자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십대 시절, 가족과 친구 관계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상히 보여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영준’이에게도 치명적인 결핍이 존재했다. 그로 인해 영준이는 삐뚤어진 관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늘 왜 맞아야 하는지 따지지도 못하고 때리면 그냥 맞기만 하던 ‘서일’이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치킨집 아르바이트생 ‘짱구 형’. 등장인물들 간의 긴밀한 대화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6만 시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는 영어 선생님의 말을 기어코 믿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고 아프고 숨통을 조이는 시절을 절대 그리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살아 보니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문득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한 번 지나간 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움과 원망만을 끌어안고 사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후회로 남는다고 했다.

지금 현재, 6만 시간을 살고 있는 독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계절, 한 번 지나면 경험해볼 수 없는 그 계절을 만끽하길……. 6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각자의 마음이다.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경험자로서 간절히 바라며 작가는 이 이야기를 썼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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