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번개탄 유통량의 70% 생산... 값싼 수입산까지 들어와 재정난 심화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영하권 추위가 들이닥친 20일 오전 화성시 번개탄 제조공장 ‘대명챠콜’ 작업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번개탄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정성욱기자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영하권 추위가 들이닥친 20일 오전 화성시 번개탄 제조공장 ‘대명챠콜’ 작업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번개탄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정성욱기자

"번개탄 사용량은 줄어드는데 원가는 올라요. 그렇다고 공장 문을 닫자니 번개탄이 필요한 서민들이 아직 있어요."

20일 오전 화성시에 위치한 번개탄 제조공장 ‘대명챠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번개탄을 만들고 있는 세 곳 중 한 곳이다. 전국의 번개탄 70%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제주도까지도 배달된다.

영하권 추위가 찾아온 이날, 공장 안에선 마스크를 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번개탄은 가지치기 한 나뭇가지를 분쇄해 밀가루와 섞은 뒤, 숯으로 달궈 만든다. 기계에서 완성된 번개탄이 나왔다. 직원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제품을 포장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 75세 노동자도 있다. 모두 40년가량 번개탄만 만들어온 베테랑들이다.

그러나 공장을 감고 있는 공기는 무겁다. 기름보일러가 보급되며 연탄 사용량이 줄었고, 자연스레 번개탄의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성욱기자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성욱기자

5년 전만 해도 이곳에선 한 달에 번개탄 10만장을 찍어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마진도 남지 않는다. 제조 원가가 올라 번개탄 1개를 팔면 단돈 10원만 남는다. 어쩔 수 없이 직원 절반이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개선점도 있다. 환경오염·유해성 등을 방지하고자 번개탄 제조 성분이 법으로 정해지며, 건강에 해롭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대명챠콜 이봉수 대표는 "번개탄 자체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원료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번개탄을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캠페인도 벌였다. 그는 2015년부터 경기도와 함께 번개탄 포장지에 ‘생명은 소중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현재는 모든 번개탄 포장지에 문구를 의무로 실어야 한다.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성욱기자
번개탄 사용량이 줄고 원가가 올라가며 번개탄 제조공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성욱기자

번개탄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이 대표는 공장 문을 닫을 수 없다. 달동네나 농촌에선 여전히 번개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과거를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생명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시대가 급변하며 번개탄 사용량도 크게 줄었고, 최근엔 값싼 수입산마저 들어와 많이 힘들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번개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