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가 파행 중이다.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처리시한 12월 2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인데 말이다. 문제가 소소위 구성 때문이라는데, 이유치고는 한가해 보인다. 더구나 국회법 상 예결위 심사마감일은 11월 30일까지이고, 정부안은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3일로 예정된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소위 패스트트랙 법안과 연계될 것이라고도 한다. 심지어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임기만료일이 12월 10일이라 정기국회 종료일을 넘기고, 별도 임시회를 소집해서 연말까지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 주 제1야당 대표가 선거법 등 처리반대를 주장하며 느닷없이 곡기와 협상을 모두 끊고 농성투쟁에 들어갔다. 장소도 입법부도 아닌 청와대 앞 불법천막이다. 국민들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하던 공안검사출신에 말과 글을 중시하는 법조공직자로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여당도 내달 15일까지 의원들의 국외활동 금지령을 내리고, 선거법의 17일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일 전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몸싸움 국회를 없애려고 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매년 본회의 의결을 미룬 채 불법국회가 재연되고 있다. 예산과 법안관련 수많은 관계자들과 그 가족들의 연말일정은 올해도 예측불가다.

현재 야당은 정부편성예산안이 국채발행 과다와 통합재정수지 적자 등 미래세대에 부담이 된다며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IMF와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면서 재정확대를 권고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지금 확장재정에 실기(失期)해서 침체기로 접어든 국가경제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는 일이 아닐까? 미래 성장엔진인 신산업기반 재정투자를 실기(失期)해서 선도자가 아닌 추격자 신세의 국가경쟁력을 넘겨주는 것이야말로 진정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

덧붙이고 싶은 게, 소위 ‘쪽지예산’에 대한 오해다. 국회 예산심사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 내지 선심성 예산을 예결위에 근거 없이 부탁하는 행태를 말하는데, 미국의 포크 배럴(pork barrel)과 같은 의미로 불린다.

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편성예산안의 국회 제출일은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이고, 각 중앙부처의 예산요구일은 5월 31일 까지다. 내년도 국비사업예산이 4개월 전, 또는 7개월 전에 마감되는 셈이다. 더구나 지자체의 내년도 국고보조사업 신청은 여기에 1개월씩 앞당겨져서 광역시도는 4월말, 기초지자체는 3월말까지 취합해서 제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재정사업의 추진상황과 진행과정은 모두 다양하다. 신규 사업계획 수립이 소관부처 사정으로 지연되어 수시배정으로 잡히거나, 세부내역 부실 또는 관계기관 협의 미흡 등으로 집행유보가 되기 일쑤다. 여름휴가 지나서 확정 교부되면, 지자체들은 그때부터 세종시를 뛰어다닌다.

또한 조달청 발주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유찰되기도 하고, 설계나 보상이 예상보다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게다가 타당성조사, 적정성 검토, 총사업비 협의 등 각종 사전 이행절차로 인해 당초 요구에서 빠진 현안사업들이 가을 무렵 밀려들기도 한다. 반영시키려면, 결국 국회를 통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쪽지예산도 절차가 있다. 상임위 예비심사 때 검토된 사업이 아니면, 예결위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예결위 부별심사 때 요구된 사업이 아니면, 조정소위에서 다루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정부의 동의 없이 증액 또는 신규 사업을 반영할 수 없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우리가 직면한 중요하고 긴급한 경제적, 사회적 해결책들이 국가예산안에 들어있다. 국회가 예산심사권한을 내팽개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소소위이건 소소소위이건 속히 가동해서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예산심의확정 의무를 이행할 때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인데, 마무리라도 제발 제 때 했으면 한다.

정성호 국회의원(경기 양주시,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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