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유창선, 사회학자 엄기호, 출판평론가 장은수, 전문편집인 겸 작가 김정선, 작가 은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CBS피디 정혜윤, 작가 정여울, 작가 이원석, 작가 김이경, 지식큐레이터 강양구, 서평가 겸 작가 최보기, 시인 이산하, 인문학자 김경집, 문학평론가 신형철, 작가 김민섭, 사회학자 최태섭, 출판평론가 한기호, 작가 장석주, 기생충박사 서민, 한신대 교수 이해영, 전 대한항공 사무장 박창진, 민언련 사무처장 김언경, 한겨레신문 기자 김완, 전 정의당 공동대표 조성주, 성공회대 교수 조효제, 아주대 교수 장재연, 환경활동가 김종술, 인권운동가 박래군, 그림책작가 우현옥, 미술평론가 김원숙, 작가 김동식, 한신대 교수 이해영, 조지타운대 교수 최영은, 지식큐레이터 강양구, 한신대 교수 김준혁, 역사연구자 박한용, 역사연구자 이덕일, 한겨레신문 기자 길윤형, 작가 이만교 작가, 기생충학자 서 민, 경성대 교수 김선진, 작가 김연수, 작가 장정희, 작가 은희경…

올 한해 작은도서관 책고집에서 강연한 인사들이다. 총 46명의 강사가 60여 회에 걸쳐 인문학 강의를 했다. 이는 전국 6천5백여 작은도서관 가운데 유일무이한 기록이며, 전국의 대형 공공도서관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책고집이다. 강사 면면에서 보듯이 결코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회 강사비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학기 중엔 일체 학교 밖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딱 한 군데, 책고집의 강의요청은 거절하지 않는다. 되레 불러줘서 고맙다는 분들도 있다.

이 정도의 강좌를 연중 진행하려면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하고, 또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아마도 수억 원의 예산과 전담 인력, 제반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책고집에는 그만한 예산도 없고 별도 인력도 없다. 이렇다 할 시설을 갖춘 것도 아니다. 책고집은 다만 고집스럽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책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이쯤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질 법하고, 예산도 지원해줄 법하다. 그러나 지금껏 책고집은 단 한 번도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 크라우드 펀딩으로 버텨왔다.

사업적 성공을 기대했다면 다른 일을 했어야 옳다. 책고집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작은도서관이자 인문독서공동체다. 책을 읽고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독서를 격려하며 생각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런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속속 책고집에 들어온다. 1년 사이 온라인 회원은 1천3백 명을 넘어섰고, 각 지역에 포진한 지역 책고집의 회원도 2천명이 넘는다. 전국의 모든 책고집은 하나의 생각을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인문적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며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한테 미룰 일이 아니다. 내가 먼저, 우리가 먼저 나서서 공부하고, 대화하고, 공감하며 우리가 만들어야 할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나날이 각박해지는 현실이다. ‘내편네편’으로 나뉘어 서로를 불신하고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이분법에 물든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문학공동체는 어쩌면 한가한 놀이쯤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와중에 엉뚱한 인문학 강연이 판을 친다. 왜곡되고 변질된 인문학이다. TV에 얼굴 좀 내밀었다고 강사비로 기백만 원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의 지적 허영심에 영합하는 강좌가 넘쳐난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모든 걸 상품화한다. 이제 인문학도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된다. 응당 잘 팔리는 상품일수록 널리 유통된다. 그렇게 유통되는 종편 출연자와 종교인, 개그맨, 스포츠스타가 넘쳐난다.

책고집의 지향은 공감이며 나눔이다. 세상살이의 기준과 목표를 돈이나 물욕에 두는 대신 사람의 향기와 삶의 진득함에서 찾으려는 시도이다. 함께 공부하며 공감한 내용은 고스란히 이웃들과 나눈다. 오랜 기간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려온 최준영 대표는 지식과 인문정신을 나누는 운동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그 정신을 3천여 회원들과 공유한다.

오는 12월 14일은 책고집이 수원에 둥지를 튼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비록 작은도서관이지만 꿈은 결코 작지 않다.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질긴 고집, 책고집을 만나보시라.

최준영 작가, 책고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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