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혁은 무엇보다도 정치혁신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한국정치 혁신의 핵심적 과제는 정치 세대교체이지만, 이는 나이의 교체가 아닌 사고(思考)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본질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들을 선출하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의사를 표출하면서 정치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임무는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이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해 정책화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신념과 이익을 국가정책에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대표자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치행태에 몰두할 때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당이 다양한 국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대중정당이 아니라 정부권력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정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카르텔정당 경향을 강하게 보일 때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불신과 정치혐오는 심화되고 가속화된다.

반공·산업화 세대와 386 민주화 세대가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이끌어왔다. 한동안 가난과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두 세대 간 대결은 우리 사회에서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지금은 정치에 있어서 민주주의를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경제에 있어서 어떻게 정당한 분배의 규칙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여전히 두 정치세대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민주 대 반민주, 자유 대 사회의 관점에 머물러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고 있다. 각자의 때 지난 신념으로 상대를 배제하고 적대시하는 배타적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로 국민들의 피로감과 정치혐오는 심화된다. 시대변화의 전환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거 냉전시대의 논리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했으나 이제는 정치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혁신의 관점에서 우리 정치권의 현실을 보면, 국민들로부터 참신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은 각계각층의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들의 불출마 이유를 보면 정치권이 변화하고 이를 위해 다음 세대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다는 것이다. 정치를 변화시키고자 정치에 입문했다가 기득권 세력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한계를 느끼며 물러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교체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지금 불출마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은 계속 남아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경유착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 정치현장에서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후광으로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인,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정치인, 자신의 신념에 빠져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인 등 구시대의 정치적 폐습을 일삼는 자들이 정치교체·세대교체의 대상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상당한 수준의 민주시민교육을 받고 민주적 정치체계를 경험하였다. 386 민주화 세대 이후의 후배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세대들이다. 그리고 나이로는 이전 세대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과 4차산업시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예측하는 선배들도 매우 많다. 이러한 미래지향적이고 객관적이고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권에 유입되어야 본질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변화된 한국사회와 국제질서 그리고 급격한 생활양식의 변화가 예측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혁신은 정치개혁이 최우선이다. 정치의 혁신을 위해서는 구시대적 정쟁으로 반시대적 정치행태를 보이는 반공·산업화 세대와 386 민주화 세대 중심의 정치세력이 새로운 미래지향적 세대로 교체되어야 한다. 정치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나이의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에 적합한 사고의 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류홍채 정치학박사 /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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