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2월 3일은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중간 지점에 서있는 주탑과 교량 바닥판을 연결하고 있던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서해대교 구간이 보름동안 통행이 전면 통제됐던 날이다. 화재는 주탑과 교량 상판을 비스듬히 연결하고 있던 지름 280mm, 길이 220m의 긴 케이블 위쪽 부분에 낙뢰가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화재로 인해 케이블의 철선이 과열되고 물러져 끊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던 케이블에 맞아 화재진화 활동을 지휘하던 고 이병곤 센터장이 유명을 달리했고 다른 소방관 3명은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주탑 맨 위에 연결되어 있던 불이 붙은 케이블은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왕성한 화염을 일으키며 다른 케이블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 불을 즉시 끄지 못하면 다른 케이블이 연속해서 불에 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서해대교가 붕괴될 수도 긴박한 상황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평택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기둥 반대쪽에서 화염을 뿜고 있는 불을 끄기 위해 주탑 가로대에 올라가서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고서 상반신을 난간 밖으로 내밀어 허공에 뜬 상태가 된 관창수의 허리를 잡아주면서 화점에 물을 쏘기를 수 십 차례. 강풍과 눈보라에 제대로 겨냥되지 못했지만 드디어 세시간만에 불길은 잡혔고 화재상황은 종료되었다. 당시 현장에서 소방대를 지휘하던 고 이병곤 포승119안전센터장의 역할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해대교 주탑 높은 곳에서 불이 났다는 119신고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로 접수된 시각은 저녁 6시 12분, 퇴근시간과 맞물려서 교통량이 부쩍 증가하고 있었다. 맨 처음 현장에 도착해 주탑 상공 100여 m에서 불덩이가 계속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확인한 이병곤 센터장은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들이 불길을 피해 안전하게 우회하도록,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치하면서 당시 평택소방서장이던 필자에게 전화로 지휘보고를 했다.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 높은 곳에 불이 생겼는데 강풍이 불어서 불덩이가 도로 쪽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해대교 통행을 차단해야할 것 같습니다. 차단해도 될까요?" 필자는 답했다.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서해대교 차량통행을 차단하세요. 제가 현장에 나가보겠습니다." 그러자 이병곤 센터장이 답했다. "안 나오셔도 됩니다. 불은 금방 꺼질 것 같습니다. 제가 안전하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채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전화가 왔다. "현장 통제가 잘 안됩니다. 서장님이 나오셔야겠습니다." 그토록 대범했던 그의 목소리가 불안정했다. 현장통제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는 즉시 현장으로 출발했다. 소방서에서 서해대교까지 가려면 40분이 걸린다. 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날 때 무전기로 들리는 현장 상황은 비극이었다. 케이블이 끊어져 떨어지면서 고 이병곤 센터장을 덮친 것이다. 그때 도로공사현장요원들이 즉시 현장에 나와서 도로를 차단해주었더라면… 그리하여 소방대는 화재진화에만 주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많다. 지금도 서해대교를 지나칠 때면 화재가 났던 주탑 부분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에 피뢰설비를 해서 낙뢰 화재가 생기지 않게 했다. 만일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조치가 가능하도록 소화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해대교는 언제든지 대형사고가 생길 수 있는 곳이다. 2006년 10월에는 짙은 안개 속에서 40중 추돌사고가 나기도 했었다. 서해대교 구간에서 안전을 관리하면서 유사시 즉각 사고 현장에 출동할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국회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의 오랜 여망이던 국가직화 법안을 의결했다. 소방 가족으로서 환영하며 감사한다. 이제 지역 편차 없이 현대화된 장비를 확충하고 소방인력이 충원될 것이다. 그러나 소방조직 뿐 아니라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물을 관리하는 도로공사 등 공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도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을 증원하고 전문화하는 일도 함께 이루어질 때 시민들은 더욱 안전하게 될 것이다. 서해대교 화재사고가 난 지 어느새 4년이 흘렀다. 고 이병곤 센터장님의 명복을 빈다.

이민원 국제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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