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작스러운 초겨울 한파가 매서웠다. 요란하게 퍼붓던 가을비가 지나가니 이 계절의 주인인 양 어김없이 동장군이 찾아온 것이다.

보통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지면 한파 특보가 발효되는데, 그런 날에는 뉴스 언저리의 기상예보에서 "화재 예방에 각별히 신경 쓰기 바란다"는 기상캐스터의 멘트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날씨가 추워지면 화재 소식을 더 자주 접하는 것 같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날씨와 화재는 정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까? 과연 그럴까? 최근 5년 동안 광주소방서 화재를 기준으로 팩트체크해본다.

첫째, 겨울철에 화재가 더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일까?

사실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겨울철로 본다면 1년의 33%에 해당하지만, 그 기간 화재는 전체의 39%(682건)를 차지해 평균보다 6% 정도 많다. 특히 가장 추운 1월에는 평균보다 38% 많은 화재가 발생한다.

둘째, 겨울철에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철에 화재가 더 잦은 이유는 날씨의 영향이 크다. 날이 춥고, 건조하다 보니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히터, 온풍기, 전기장판, 가습기 등의 난방기구나 전열 기구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어 화재 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직접적인 발화요인은 부주의와 전기적 요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주변에 불이 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혹은 화재가 발생해도 그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효과 좋은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가정이나 사업장 내외에서 정리정돈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화재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정리정돈’이 나오니 이상할 수도 있겠다. 우선, 문밖을 나서기 전 사용하지 않는 불이나 열을 다루는 기구들의 전원은 제대로 꺼져 있는지 확인하고 그 주변에 종이, 나무, 기름 등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이 없도록 정리정돈 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여도 그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들이 없다면 큰 피해 없이 끝날 일이다. 이러한 정리정돈은 화재 예방뿐 아니라 모든 안전사고를 줄이는데 있어서도 핵심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기계, 전기장치나 설비에 대한 제대로 된 유지 와 관리다. 노후한 기계, 전기장치에서 갑작스럽게 화재가 자주 발생하며 큰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기·전자장치에 있는 냉각팬의 잦은 진동에 의해 전선이 손상되고 덮개 철판에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거나, 차량 운행 중 연료가 누설되어 배기관 등 고온부에 의해 불이 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화재를 줄이려면 정식 인증을 거친 제품을 사용하고 전기와 기계설비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여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광주소방서는 평균적으로 매일 5회의 화재 출동을 하면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재 규모가 커져 피해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화재 등 재난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개인, 가정, 직장에서의 관심과 주의에서부터 출발한다.

김상현 경기 광주소방서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