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스러울 정도로 황폐한 산 앞에서 그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일본은 전국의 어느 곳을 가 보아도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국내 최초 임학박사인 고(故) 현신규 박사는 저서 ‘산에 미래를 심다’에서 일제강점기에 황폐화된 우리나라의 산림을 이처럼 묘사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우리나라는 벌거숭이산이 50%에 이를 정도로 나무 한 그루 없는 붉은 땅만 존재했었다.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이 펼쳐지면서 산림조합은 선배 임업인들과 함께 헐벗은 민둥산을 푸르게 하기 위해 앞장서서 헌신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UN이 인정하는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이자 OECD 국가 중 산림면적 비율 4위의 산림강국이 되었다.

산림조합이 국토 녹화의 중심에 서서 국민, 임업인과 함께 땀과 눈물로 가꾸어 온 우리 산림은 시장경제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을 담고 있으며 환경적 가치와 인류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산림은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 동물과 식물이 자라는 생명 가득한 생태의 보고이자 먹거리, 일거리, 쉴거리 등 산림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산림은 공기정화, 수자원 함양, 토사유출 방지,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126조 원으로 농업의 89조 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 1인당 연간 249만 원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산림 분야에 재분배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림을 그저 푸른 산과 환경, 생태, 경관으로만 여길 뿐, 산림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이자 보상과 재투자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임업은 투자의 장기성으로 인해 임가소득이 연평균 3천648만 원으로 농가소득(4천207만 원)의 87%, 도시근로자의 5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공익적 기능이 크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산림의 77%가 보전산지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이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요인이 많아 산림소유자의 재산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산림조합은 임업계와 힘을 합쳐 임업과 산림 분야의 소득안정 장치 및 안정적인 재해보상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임업직접지불제’와 ‘임산물재해보험’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와 국회는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농가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공익형 직불제에서 산림 분야를 배제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산림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늘 정책적 후순위로 밀려 최소한의 지원과 배려도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임업인을 위한 지원 정책과 예산 확보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 결정을 할 때 농업과 임업 분야 종사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실질소득이 낮은 임업인의 소득 보전을 위해 반드시 공익형 직불제 도입 대상에 임야를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임업인이 안심하고 산림경영에 전념하여 임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 국민이 더욱더 숲을 누리고 산림에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산림은 국가 백년대계의 기본이자, 미래 세대에 물려줄 국가 성장동력의 새로운 원천이다. 그동안 임업인이 흘린 땀과 눈물은 세계에서 인정하는 산림녹화 성공국의 밑거름이자, 국민 누구나 누리는 공익적 가치를 지닌 제일강산(第一江山)을 가꾸어 왔다. 산림조합은 임업인의 소득 보전을 위해 반드시 공익형 직불제 도입대상에 농지와 함께 산지가 포함될 수 있도록 210만 산주, 80만 조합원과 함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산주와 임업인 모두 이번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결집된 힘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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