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질질 끌고 언제 내 집에 들어갈 수가 있는가요?" "이렇게 총회 소집만 자꾸 하면 행사비용은 누가 감당해요 결국 우리 조합원 돈 아닙니까?"

사람들이 웨딩홀 대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청중석의 조합원들이 큰소리로 절규하자 다른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불만 섞인 웅성거림이 실내를 메아리친다. 위와 같은 항의를 무마하느라 지역주택조합 전문 사회자와 조합장이 진땀을 뺀다. 약 1천1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수원 소재 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의 광경들이다. 필자는 공증인의 자격으로 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에 참석하여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흔히들 지역주택조합과 재건축·재개발 조합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관여해 온 전문 변호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지역주택조합의 실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경우와는 달리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되는 사업이 상당수이고 결국 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일반주택분양’의 경우에는 토지매입·시공자 선정·사업승인이 완료된 후에 일반분양·착공에 들어감에 비하여,‘지역주택조합’의 경우는 조합원 모집·토지매입·시공자선정·사업승인·착공의 순서로 진행된다. 또,‘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적용되는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는 토지가 이미 확보된 특정지역에 있는 부동산 소유자 등이 사업을 진행하게 됨에 반하여 ‘주택법’이 적용되는 지역주택조합은 토지가 확보 되지 않은 조합원들이 모여 주택매입을 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데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주택법’에 따르면, 동일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국민주택규모인 적용면적 85㎡이하 주택소유자 및 무주택자 세대주인 주민 20인 이상이 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사업계획서상 건설 예정세대의 50%이상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지역주택 조합설립은 주택대지의 8할 이상의 토지사용 승낙서 등을 확보하여 해당지자체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하고, 주택대지의 95%이상의 소유권을 확보하여 인가 후 2년 이내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절차가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주택조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은 서민들이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즉,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점점 어려운 시점에서 재개발·재건축할 수 있는 부동산이 없고 주택청약 통장이 없는 사람들이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여 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발족·사업부지 확보·업무대행사와 신탁회사 및 시공사 선정 후 시공완성에 따른 입주에 이르기까지의 사업기간에 대하여 주택법에는 그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조합과 조합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빈번하며 그 과정에서 각종 비리 내지는 부정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투명한 자금관리 및 집행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이다. 또 조합원으로 일단 가입되면, 그 탈퇴가 쉽지 않고, 탈퇴하더라도 이미 지불한 조합비용을 반환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위와 같은 맹점들 때문에 최근 강원도 모 주택지역조합장의 경우 2명이 연속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통계를 살펴보면, 2017년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건수는 94건(총세대수 6만4천15세대)인데 사업승인을 받은 곳은 36건(총세대수 2만7천978세대)이라고 한다. 또, 지난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설립인가 된 조합 가운데 준공 후 입주까지 성공한 지역주택조합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생각건대, 서민들이 주택을 쉽게 마련하기 위한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오히려 느슨한 법망과 이를 악용한 조합관계자 및 사업진행상의 무능력 등으로 인하여 무주택 서민들에게 눈물을 안기는 제도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전국적으로 지역주택조합원들의 피해가 반복적으로 보도되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존 지역주택조합원들은 물론 향후 지역주택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의 정비가 절실히 요청된다. 당국은 지역주택조합의 피해자들을 전수 조사하여 그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자문 받아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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