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정 오는 정이라는 말은 정을 먼저 주어야 돌아오는 것이 있다는 말로 남이 내게 먼저 주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이기도 한다. 세상을 보다 잘 사는 이야기다.

남을 돕는 것도 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을 도우는 것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남이 어려울 때 진심으로 도와야 진짜 도우는 것이다. 어느 누구나 늙고 병들고 힘이 없으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도움을 받는 것 저축한 돈 필요할 때 찾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베푸는 것 저축이자 후세에게 남긴 상속재산이다.

나눔! 오는 정 가는 정이 아닌 가는 정 오는 정이라야 한다. 다시 말해 받은 뒤에 주는 것 아닌 먼저 주고 뒤에 받아야 한다.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는 정 가는 정은 정을 주는 태도, 베푸는 자세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를 도와야 할 경우가 있다. 그 때 인심을 쓰고 저축해 두어야 한다. 인심은 곧 재산이나 다를 바 없다. 많은 사람과 오며가며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바로 호의를 통해 인과관계를 돈독히 하고 인연을 쌓아 가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인과관계는 대부분 선행과 호의를 얼마나 베풀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호의는 주는 정이다. 많은 재산을 갖거나 남다른 권력을 누리고 사는 사람도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 때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를 알 수 있다. 권력을 누릴 때, 남다르게 재산을 가지고 있을 때, 정을 담아 베풀지 않았으면 어려움을 겪을 때 돕는 사람이 없다.

반면 권력을 누리고 재산이 있을 때 남에게 많이 베풀면 어려울 때 남들이 솔선하여 도와준다. 사람은 죽어 있는 풀이나 나무가 아닌 이상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인정을 저버리지 못 한다. 어떤 경우나 내가 먼저 정을 주고 도움을 주었을 때 다른 사람도 내게 정을 준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남을 도우는 것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해야 한다. 중국 속담에 ‘눈이 올 때 땔감을 보내고 목마를 때 물을 주라.’ 라는 말이 있다. 배부른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 받지 않으면서 내가 거지냐? 하는 등 자칫 욕만 들어 먹을 수 있다. 반면 다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건 그 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한 자에게 빵 하나를 주는 것은 풍족할 때 금덩이를 선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적은 도움이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해야 한다. 그것도 도움의 기술이다.

연말엔 없는 자에게는 춥고 배고픈 때다. 일 년 중 가장 힘든 때다. 그 때 그 어느 때 보다 도움이 소중하다. 어려울 때 도움은 상대를 감동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려울 때 인과관계를 돈독히 하고 인연을 쌓아 인심을 사라는 말이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얻지 못하면 어려울 때 도움은커녕 평소에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감동과 지혜를 통해 진정한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복해야 한다. 진심으로 얻은 인심은 그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오래간다. 그래서 인심을 사야 한다. 악을 악으로 대해서는 인심을 살 수 없다. 악을 악이 아닌 선으로 대하여 상대를 감동시켜 인심을 사야 그것이 오래간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의 비위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먼저 정을 주는 것, 어려울 때 돕는 것, 인심을 사는 것, 비위를 맞추는 것 그런 것들이 먼저 남에게 도움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 행위가 남을 위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보다 행복한 사회를 위하는 현명한 삶이다. 연말이면 없는 사람에게는 춥고 배고픈 때다. 그런 때 나눔으로 인심을 사라.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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