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1947년 나의 소원으로 일기에 표현하셨던 문장이다. 70여년이 지나도록 그가 꿈꾸었던 문화강국은 완성되지 않았다. 감히 문화라는 코드를 겨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보다 못한 부류들이 결정하고 자기들이 이끌어 간다는 착각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주물러 왔다. 문화인들을 줄 세우고 심지어 탄압까지 서슴없이 자행해 왔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의 날이라 칭하고 무료라는 선심정책으로 공짜문화를 사회에 인식 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야 말았다. 그러니 결국엔 국회에서 한 의원이 오방색 끈을 흔들며 저주의 말을 쏟아내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오방색이 무슨 죄인가. 문화를 창조하고 보편적인 사회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종사하는 문화종사자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겨우 시한부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 문화를 척도하고 이끌어 간다는 망상으로 우리나라 문화의 질을 저 평준화 시킨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창조자보다 즐기고 누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야 정상이며 건강한 사회이며 국가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감상하는 방법보다 그리는 방법만을 가르치며, 예절과 이해보다 연주하는 방법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현실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캘리그라피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쉽게 배우고 가르치려든다. 심지어 다른 영역에서 유행처럼 열풍을 따라 대거 이동해온 사람들이 간판을 바꿔 달고 덧칠을 하고 붙이고 구부리는 행위를 서슴없이 행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문화의 질적 저하로 드러나는 것이다.

특정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창의적인 생각과 감각으로 문화를 생산하고 보급하고 즐길 권리와 소양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룬 일반인은 절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 만큼을 이루기 위해 그가 쏟아 부었을 노력과 시간은 전문인들의 혀를 내두르게 열심히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문턱은 두 가지다. 감상하고 사용하고 즐기는 문턱은 낮거나 없어야 하며, 창조하는 문턱은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이야기한 문화는 그가 언급했던 부력(富力)이며 강력(强力)인 것이다. 문화는 소리 없는 총알이며 날이 없는 칼인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꿈꾸었던 우리나라는 문화라는 힘으로 남에게 즐거움을 주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당당한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문화는 국민에게 지속적인 사랑과 자부심을 줄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으로 존재 할 수 있으며 그 문화를 지켰던 사람들이 인정받고 대우받는 사회야 말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인 것이다. 문화강국이 이룬 그들의 이유와 열정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우리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문화인들의 노력과 희생을 보듬고 인정해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는 피와 땀이며 시간이며 노력이니 공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정상인 것이다.

유현덕 한국캘리그라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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