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으로 퇴거 후 사실상 방치… 수원시 내부 직원 워크숍 장소 활용
주변 편의시설 없어 이용률 저조… 부정적 이미지에 시민 개방도 주저

문화향수의 집
지난 5일 오후 방문한 ‘문화향수의 집’ 입구의 모습. 고은 시인이 성추행 논란으로 퇴거한 후 현재는 수원시 직원들의 회의 공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형욱기자

수원시가 고은 시인의 작품 집필 공간으로 이용되던 ‘문화향수의 집’에 대해 고 시인이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퇴거한 뒤 아직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문화향수의 집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시까지 내부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도 이곳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8일 수원시에 따르면 문화향수의 집은 장안구 상광교동 51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2층 규모의 가정집으로 시가 매입한 행정재산이다. 지난 5일 오후 2시 46분께 문화향수의 집으로 향하는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곳이 세간의 관심을 끈 건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고은 시인이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안성시에서 창작활동을 해 오던 고은 시인은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의 요청으로 2013년 8월부터 이곳에 살게 됐다.

덩그러니 놓인 수원 ‘문화향수의 집’=지난 5일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51번지에 위치한 ‘문화향수의 집’의 모습. 고은 시인이 집필활동을 하던 곳으로 지금은 수원시 직원들의 회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노민규기자
덩그러니 놓인 수원 ‘문화향수의 집’=지난 5일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51번지에 위치한 ‘문화향수의 집’의 모습. 고은 시인이 집필활동을 하던 곳으로 지금은 수원시 직원들의 회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노민규기자

그러나 지난해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의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고은 시인은 성추행 논란을 겪게 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고은 시인은 이후 문화향수의 집에서 퇴거했다.

시는 고은 시인이 퇴거한 뒤 문화향수의 집에 대한 활용방안을 검토하다가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될때까지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지난해 12월 문화예술과에서 행정지원과로 관리 부서도 바꿨다. 시는 정비를 거친 뒤 올 3월부터 내부 직원들의 워크숍이나 세미나 장소로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목적으로 직원들이 문화향수의 집을 활발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문화향수의 집에 대한 직원들의 이용문의에 비해 실제 사용은 적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 답사를 가본 직원들이 주변에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고 가정집 구조다 보니 절반 정도는 이용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에게 개방하려고 해도 고은 시인이 불명예로 퇴거해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더욱이 상수원보호구역에 있어 증·개축이 어려운 점도 문화향수의 집 활용방안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내년부터 문화향수의 집을 기존 직원 내부 회의 공간과 더불어 격무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상담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워크숍 공간으로만 문화향수의 집을 활용했는데 평일 낮에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이라 활용도가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직원들이 힐링할 수 있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문화향수의 집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려고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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