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사건 빗대며 2차 가해도… 일부 학생들 반발, 학교 조사 착수

지난 6일 오후, 아주대 교내 게시판에 ‘아주대학교 여성연대 소모임 W.I.A’명으로 ‘故 구하라의 죽음, 그리고 여성의 피해는 사적인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형욱기자
지난 6일 오후, 아주대 교내 게시판에 ‘아주대학교 여성연대 소모임 W.I.A’명으로 ‘故 구하라의 죽음, 그리고 여성의 피해는 사적인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형욱기자

아주대학교 한 교수가 수업 시간에 故 구하라 씨의 죽음이 ‘정신력 부족’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다.

8일 아주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논란이 된 교수의 발언을 들었다는 학생들이 교내에 관련 대자보를 붙이기 전 인권센터와 상담을 했다. 인권센터 측은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A 교수의 수업 시간 발언을 전하며 이를 대자보를 통해 알리려고 하는 데 문제가 없을지에 대해 문의해왔다.

이후 ‘아주대학교 여성연대 소모임 W.I.A’명으로 교내에 대자보가 게시됐다.

대자보는 ‘故구하라의 죽음, 그리고 여성의 피해는 사적인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나는 구하라. 나를 만났으면 걔 절대 안 죽었을 것 같아. 내가 걔를 좀 막 바꿨을 것 같아. 걔 너무 약한 거야. 너무 남을 의식한 거잖아.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뭔 상관이야 그게. OO이가(남학우) 실수로 고등학교 때 동영상을 찍었는데 약간 야한 동영상을 찍었다고 쳐. OO이가. 그걸 다 다른 사람들이 봤어. OO이 죽을 필요가 뭐 있냐? 나 같으면 이럴 것 같아. "어때? 보니까 어때? 내 몸 어때?"(웃음) 나 같으면 그러겠어 진짜. 그러한 멘탈 갑을 가지라 이거야. 아니 누가 내 추한 모습을 봤다고 해서 내가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가 뭐 있어. 누구 좋으라고. 그렇지?"라는 A 교수의 수업 시간 중 발언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대자보에는 "위는 아주대학교 소속 A 교수가 11월 27일 수업 도중에 한 발언"이라며 "A 교수는 여성에 대한 사회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맥락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태를 단순히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멘탈이 약해서’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심지어 사건을 빗대며 본인이였다면 ‘보니까 어때? 내 몸 어때?’라고 했을 거라는 말을 얹으며 고인을 2차 가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대자보에서 더 이상 학우들이 아주대학교 내에서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교내 전 교직원의 성교육 확대 및 의무화와 아주대 전 구성원들이 가해자 중심적 사회구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범죄, 여성 혐오 범죄 등의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와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자 아주대는 A 교수 발언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아주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기한 발언만의 문제가 아니라 혹시나 수업 중에 지속적으로 반복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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