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5선의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이 어제 선출됐다. 그리고 원내대표와 한 조를 이뤄 출마하는 신임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김재원 의원이 뽑혔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총 106표 가운데 가장 많은 52표를 받아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임기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말로 총선까지 포함된다. 투표 과정에 이 두 사람은 과반을 득표하지 못했지만 3파전 결선 투표를 치르기도 했다. 알려졌다시피 심 신임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다. 그러나 호남 운동권 출신으로 비박근혜계로 한국당 내에서는 비주류로 줄곧 분류돼 왔다. 하지만 김 신임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하며 친박 핵심으로 불리며 나름 전략통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두 사람이 지내온 세월은 달라도 어디까지 이번 선거 결과가 황교안 대표의 친 황교안 체제 구축에 대한 반발의 심리가 큰 것으로 읽고 있다. 당일 오전까지 이른바 ‘황심’을 뒤로하고 혁신을 내세운 재선·초선 조합의 김선동·김종석 조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이렇게 달랐다. 어쩌면 그 결과의 뜻은 기존 원내 지도부 전략 부재에도 찾을 수 있다. 전투력을 과시해온 심 의원과 전략가로 통하는 김 의원에 경험과 연륜에 기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분석에서다. 당장의 대여 투쟁 및 협상을 기대하는 표심이 그것이다. 물론 모든 문을 닫아 둔 것은 아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극한 대치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 그것이다. 당장에 이런 신임 원내지도부 구성이 향후 정국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과거의 그것보다는 탄탄한 전략이 먹힐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심증은 심 원내대표가 바로 당선 직후 국회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필리버스터를 한국당 의원총회를 통해 철회하고 정기 국회에서는 예산안만 처리하되 패스트 트랙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끌어낸 이유에도 있다.

어제 심 원내대표의 인사말처럼 공수처법, 선거법, 예산안을 놓고 오후에 협상에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이나 여당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오늘 당장 예산을 추진하려는 것을 스톱하라, ‘4+1’은 안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고 덧붙인 것부터 예전과는 다른 결기를 보이는 탓도 없지 않다. 사실상 내년 총선까지 심 원내대표에게 놓인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한국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패스트 트랙 정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바로 협상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담도 그에게는 있다. 어려운 시험대이지만 돌파해야 하는 관문이다. 그러나 신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과거의 여야 원내대표 선출 이후 대결을 유보했던 허니문의 시간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들이다. 실전이 급한 이유다. 정국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 중대한 임무 속에서 심 원내대표에 리더십이 빛나야 하는 총체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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