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부터 2월까지 구매시도 증가… 가짜신분증 지적땐 욕까지 내뱉어
외모판단도 애매해 점주 피해호소… 보다못한 국회 보호대책 세웠지만 개정안 적용 3개월 걸려 대안 시급

"신분증 달라고 하면 다른 얼굴인데 데 자꾸 본인 신분증이라고 우기니까 황당하죠."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12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일영(52)씨는 겨울철 담배와 주류 구매를 시도하는 학생 손님에 진땀을 빼고 있다.

김씨는 "신분증을 요구하면 안 가져왔다거나 다른 얼굴의 신분증을 내밀어 판매할 수 없다고 하면 욕을 하면서 나간다"며 "유난히 학생들이 몰리는 시기가 있는데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겨울방학이 끝나는 2월까지다. 신분증 검사를 신중히 한다고 해도 불안하긴 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동구 구월동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9)씨도 "수능을 기점으로 학생들이 많이 늘었는데 외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수능이 끝나면서 술과 담배를 사려는 청소년이 늘면서 슈퍼마켓, 편의점 점주들의 신경이 예민하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5~6만 원에 쉽게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9일 부평구, 남동구, 계양구 등에 따르면 올해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해 영업이 정지된 판매업소는 각 5곳, 6곳, 4곳으로, 적발된 곳을 제외하면 실제 판매업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점점 교묘해지는 수법에 판매업소들이 피해를 보자 국회까지 나섰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법은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팔면 1년 미만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개정안을 통해 신분증을 위조·도용해 피해를 입으면 이를 면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려 아직 점주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기 청소년들의 담배·주류 구매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수능에 대한 해방감과 이를 대신할 청소년 인프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3년 동안 오로지 수능을 목표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방감과 공허함이 크다"며 "때문에 수능을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억눌려 왔던 행동을 한다. 발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냇물기자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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