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동네 깔끔이 112명 선정… 예산 1억원 불과 그나마 3개월 분

수도권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6일 오전 세류동의 한 고물상에 폐지 줍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다. 사진=명종원기자
수도권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6일 오전 세류동의 한 고물상에 폐지 줍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다. 사진=명종원기자

"손주 녀석들이 나가지 말래도 나가야지"

체감온도 영하 6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6일 오전 8시께 세류동 일대 골목에서 폐지를 모으던 이모(73·여) 할머니가 하얀 입김을 내보이며 말했다. 1시간여 전부터 신문과 박스를 줍고 있다는 이씨 할머니는 한겨울에도 쉼없이 하루에 서너 번 길을 나선다. 2시간 동안 동네 곳곳을 쏘다니며 모은 폐지량은 신문 20kg과 박스 40kg. 자신보다 무거운 수레를 끌어 고물상에 가져다준 할머니의 작은 손엔 천 원짜리 지폐 네 장과 동전 두 닢이 쥐어졌다.

수원시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내 폐지 줍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10월말 기준 513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 가구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시는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한 해 1억 원가량(추경 포함)으로 ‘우리동네 깔끔이(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사업)’ 자원봉사자를 모집·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12명의 자원봉사자를 선정했다.

우리동네깔끔이는 시가 만 60세 이상 노인 100여 명을 선정해, 하루 4시간 폐지수거 등의 미화업무를 맡겨 1만4천 원(일당)의 사례금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다.

문제는 지원금 규모와 대상자 수가 적어 노인들의 생활고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있다.

노인 100명에게 하루 1만4천 원씩 한 달 28만 원(주 5일)을 지원하면 3개월에 8천400만 원이 필요하다. 시내 폐지 줍는 노인이 5~600명인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밖에는 안 되는 노인들에게 최대 3개월밖에 지원이 안 되는 수치다.

또한 폐지 줍는 노인들이 해당 복지서비스를 모르거나 모집대상 기준을 몰라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다.

세류동에서 18년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폐지 줍는 분들이 시가 지원하는 내용을 잘 모르고 있고, 알아도 하루 종일 얽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하루 4시간 이상만 활동하면 되고 일과시간내 탄력적으로 참여하면 된다"며 "(예산부족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노인분들에게 지원금을 드리고 싶지만, 모든 분야에서 시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이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난 9월 생활고를 겪는 폐지 줍는 노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키 위해 시의원과 전문가 등 12명이 참여하는 ‘수원시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위원회’를 구성했다.

명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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