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경기도 복지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실험이 이뤄졌던 해이다. ‘경기도 복지정책커뮤니티’의 구성과 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정책커뮤니티는 정책을 둘러싼 정책문제, 정책대안, 추진되는 정책의 내용, 정책의 결과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일종의 공동체를 말한다. 정책문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혼자서 정책을 설계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료 외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기존과 다른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정책에 따라서는 현안을 논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책실험을 통해 의제(agenda)를 정책(policy)으로 발전시키고, 대안 개선에 직접 참여하는 폴리시 랩 방식도 가능하다.

경기도 복지정책커뮤니티는 경기도 의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의 요청으로 복지정책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의 당사자인 도의회, 복지국, 복지정책연구기관인 경기복지재단이 주축이 되어 지난 해 10월에 구성되었고,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차례 개최하여 정책 수요자 886명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정책대상자의 의견이 정책을 형성하거나 개선하는 과정에 반영되는 등 이용자 중심의 접근을 진행한 지방정부 차원의 최초의 시도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저소득층이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부식품이 주로 가공식품이라는 점을 파악한 상임위원회 의원이 취약계층에게 질 높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커뮤니티를 제안하였고, 지역의 정책대상자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관, 기부식품을 담당하는 경기도 소관부서장, 그리고 지역 먹거리 실태와 대안을 발표한 연구자 등이 모여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후 의원과 소관부서, 연구자 등 삼자가 수차례 만나 협의한 결과, 기존 조례에 신선식품 제공 및 이에 필요한 인력, 설비 등에 관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한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11차례의 정책커뮤니티도 정책대상자의 편익과 자료에 근거한 객관적인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진행되었으나, 처음 시도인 만큼 아쉬움도 있다. 우선, 선정된 주제가 정책실험에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의제 발굴을 전문기관에서 하다 보니 정책대상자의 선호나 정책개선의 시급성을 다 충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정책개선을 위한 후속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면도 있다. 실효성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정책 개선의 당사자인 삼자가 적극적으로 협의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복지정책커뮤니티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수요자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정책대상자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정책커뮤니티는 증거기반 대신 정책수요자의 의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자가 많이 참여하여 개선안을 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집행부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으므로 정책형성의 핵심 당사자인 집행부의 참여가 중요하다. 집행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이 이슈를 정하기 보다는 집행부가 관심있는 주제, 개선 논의가 필요한 이슈, 정책대상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현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복지정책커뮤니티가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속에서 정책실험이 이뤄질 수 있는 정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덴마크의 마인드랩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네덜란드 국세청의 폴리시 랩인 ‘Future Center’는 13년간 예산을 지원받은 사례가 있다. 마지막으로, 복지정책커뮤니티를 통해 정책실험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도정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시범사업의 정책실험은 새로운 사업을 설계하는 것보다는 기존 사업의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은 민선 7기 절반이 지나는 시기로 ‘삶의 기본이 보장되는 경기도’라는 정책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이 투입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도전적인 정책실험이 다양하게 시도되길 바란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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