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주·동두천의 미군기지를 반환받고, 용산기지에 대해서는 반환절차에 들어갔다. 미군기지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문제는 미군기지로 사용하면서 오염된 정화비용이다. 정부가 추산한 환경오염 정화 비용은 부평 기지가 770억 원 정도이고 반환되는 4곳을 모두 합하면 대략 1,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기지의 오염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없는 땅이 될 것이고, 도심 한 가운데 죽음의 땅으로 방치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가 쟁점이다.

상식적으로는 땅을 사용하고 오염시킨 측이 정화비용을 대는 것이 맞지만 미군은 지금까지 한 번도 오염비용을 낸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군은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내세우면서 반환 시 원상회복이나 보상의무가 없다는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 기지를 돌려받으면서 일단 오염 정화는 우리 돈으로 하고, 미군과 계속 협의하는 조건을 붙였다. 환경단체들은 매우 굴욕적인 반환 합의라고 반발하고 있다. 어쨌든 미군이 주둔기지의 오염비용을 댄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비용의 일부라도 받아내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한·미 간 정화비용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점도 바로 그런 이유다.

용산기지의 오염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데 환경부와 주한미군의 조사결과 땅을 파면 시커먼 기름이 나오고 지하수마저 기름으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용으로 쓰던 기름이 새어나와 주변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이다. 특히 용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는데 이는 국내 지하수 수질 기준을 670배 초과한 수치라고 하니 오염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화비용도 현재 추산된 금액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주한미군이전지원단장은 반환지연에 따른 오염 확산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상황을 고려해 일단 기지를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용산의 미군기지도 2022년에 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고 계획이 세워져 있지만 반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이후에도 환경오염 조사에 1년, 그 이후 정화 작업은 최소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최근 협상 진행 중인 방위비분담금과의 연계 등 여러 수들이 제시되고 있어 최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협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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