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건물·인식장치법 통과… 유리창에 색깔이나 점선 의무화
국내도 방음벽 기준 조항 등 시급… 환경부 "내년 하반기 목표 추진중"

경기도내 한 대학교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있는 새. 사진=독자제공
경기도내 한 대학교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있는 새. 사진=독자제공

국내에서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건물 등에 부딪혀 죽는 사고(중부일보 12월 11일자 22면 보도 등)가 지속되며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시는 최근 조류와 건물간 충돌을 방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16일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오듀본 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 뉴욕지부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새들이 시내 건물 유리창 등에 부딪혀 죽는 사고를 막고자 건물 외벽에 새들이 건물임을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찬성 43표·반대 3표)시켰다.

관련법에 따라 뉴욕시내 건물 약 23m 높이까지는 외벽의 90% 이상을 조류 친화적인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가령, 건물 유리창에 색이나 점선 등을 넣도록 해 새들이 유리벽임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게 조치해야 하는 것이다. 관련법은 1년 후부터 적용된다.

오듀본 협회 뉴욕지부는 매년 9만~23만여 마리의 새가 뉴욕시내 건물 유리벽 등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듀본 협회 뉴욕지부 관계자는 "새와 건물의 충돌은 새들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이자 예방이 가능한 문제 중 하나"라며 "북아메리카에서는 1970년 이후 약 30억 마리의 새가 사라졌고, 뉴욕은 야생동물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새들이 투명 방음벽이나 유리창 등에 부딪혀 죽는 사고가 빈번해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내년도 말까지 야생생물법 개정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투명 방음벽 설치 시 조류 친화적 설계를 의무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환경부는 올해 초 투명 방음벽 등에 일정 간격의 무늬를 새겨 넣어 조류가 방음벽을 피해갈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일이 소요되는 법 개정안만 기다릴 게 아니라, 비교적 개정이 쉬운 ‘방음벽 설치 기준’에 조류 충돌방지 장치 의무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데이터·자연활동 네트워크 서비스인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경기지역에서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은 새들은 1천100여 마리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연간 800만 마리가 죽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정안이 특정 부분을 강제하는 법안이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올해 발표한 조류 충돌 방지 매뉴얼을 가공하고 있다"며 "환경부와 관계기관 모두 조류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 개정에는 동의하고 있으며, 내년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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