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위로금도 없이 한달 전 통보… 빈 자리엔 원청직원 배치 갑질 주장
"일터 강탈"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 LGD "협력업체쪽에서 협의 진행"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사진=연합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사진=연합

김수영(가명)씨는 5년 넘게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CR(clean room)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해 왔지만 오는 25일이 지나면 더 이상 출근을 할 수 없게 됐다.

LG디스플레이가 LCD패널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자 자사 직원에 이어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해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6일 이같은 해고 통보를 들었고, 김씨와 함께 일을 해온 하청업체 직원 50명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여졌다.

김씨는 생산라인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자신들이 해고된다고 하니 답답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버텨온 김씨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길게는 십수년간 해온 일터를 떠나 새로운 직장을 얻는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맡았던 자리에 자사 직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씨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9월 자사 직원 5년차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3년 간의 위로금을 지급하며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을 지켜 봤다.

이 과정에서 자신은 저임금 노동자지만 해고 대상이 아닌 점에 다행이라며 위로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가 자신과 같은 저임금 노동자까지 해고에 나서자 대기업의 ‘기습해고’, ‘갑질해고’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실제 김씨는 이같은 자신의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했다.

12일 현재 2천104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씨는 "협력업체에 대해 이러한 식으로 엄동설한에 기습적으로 해고를 하면서 아무러한 대책도 없다. 자사직원의 협력업체 일터 강탈을 저지해 달라"며 "저임금으로 LG디스플레이의 이익에 기여를 해온 바 적어도 강제해고시 자사에 준하는 위로금을 지급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갑질 해고는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면서 "재고해 달라. 비정규직의 정규화보다 갑질해고부터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다른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모(34)씨는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가 한 두곳이 아닌데 이런식의 해고는 너무 쉬운게 아니냐"며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수 있는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비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사 직원에 준하는 위로금을 지급해 달라는 얘기인데 우린 협력업체와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며 "협력업체가 다른 직종을 권장해 줬지만 노동자들이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주 월롱면에 위치한 파주LCD산업단지 내 LG디스플레이는 P7을 비롯해 P8, P9 P10 등 모두 4개의 공장이 가동중이다.

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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