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도자 이야기 

조용준|도도|332페이지



대한민국에서 한국 도자사를 풀어놓은 단행본 책은 극히 드물다. 청자와 백자의 역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책도 적다. 그저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는 ‘세계 최고의 도자기였다’라는 사실 정도인데 이것 또한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다. 역사 교과서나 미술 수업에서도 청자와 백자가 우리의 고달픈 역사 속에서 어떻게 번성했고 일제강점기를 통해 어떻게 쇠망해갔으며 그것이 어떤 힘겨운 노력 덕택으로 부활했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흙이 좋아 빚고, 굽고, 바르고 또 굽는 작업에 자신의 전 생을 바치는 사기장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천 도자 이야기’는 한국전쟁 이후의 폐허 속에서 칠기공장만 몇 개 남았던 마을이 어떻게 한국 도자기의 메카가 됐는지에 대해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역사적으로 꼭 알아야 할 사실도 발견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 도자기는 칠기만을 겨우 만들며 명맥을 이어오다 1950년대 칠기 장인들이 뜻을 모아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으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고려청자를 재현해낸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기장인 인간문화재 청자도공 해강 유근형의 정열과 집념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고려청자의 재현품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의 경이로운 재현품으로 인해 고려청자에 관심을 가지는 당시 젊은 사기장들이 이천에 하나둘 모였고, 그것을 발판으로 유네스코 창의 도시로 지정된 이천에서 한국 도자가 부흥할 수 있었다. 이천 도예촌 1세대 대표 3인이라고 하면 해강 유근형, 광호 조소수, 도암 지순탁을 뽑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남곡 고승술, 이천의 3대 물레대장인 홍재표, 고영재, 이정하의 도자기에 대한 집념은 현재 이천에서 활동하는 400여 명의 사기장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한국 도자산업 부활의 역사 페이지를 채워가는 의미 깊은 작업으로서, 이천 도자기는 물론 한국 근대 도자산업의 부활과 중흥의 역사를 후대에게 상세히 알려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도자기와 관련된 여러 재단에서 한국 도자기가 더 부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랐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국 도자기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이 책을 읽고 한국 도자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이시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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