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미래] "GG를 칠 때"
[정치와미래] "GG를 칠 때"
  • 황수영
  • 기사입력 2020.01.14 21:28
  • 최종수정 2020.01.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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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 ‘스타 크래프트’를 아시겠지요?

gg는 ‘스타 크래프트’를 비롯한 e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Good Game의 약자입니다. ‘좋은 게임을 하자’ 또는 ‘좋은 게임이었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모든 게임과 전쟁이 그러하듯, 선거 또한 한정된 자원(표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입니다. 올해 4월에 치러지는 총선을 위해 각지에서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열기로 벌써부터 지역 민심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전쟁 같은 사랑’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비유지만, ‘전쟁 같은 선거’는 결코 빈말이 아닙니다.

이익을 좇아 모였던, 가치 실현을 위해 모였던, 각 선거 캠프에 몸담은 당사자들에게 선거는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시기요, 감정적으로도 하루 24시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겪는 듯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언론과 SNS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공중전, 지역의 각종 모임과 길거리에서 하루 수천번 악수하며 각개 전투하듯 치러지는 지상전, 유명 인사나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급히 요청하는 지원사격,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음해나 루머를 퍼뜨리는 치졸한 싸움을 걸어올 때 이를 어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해야 하는 심리전 등 보는 사람에게는 재밌는 구경거리이지만 당사자들에겐 피 말리는 전쟁입니다.

총선에서 다른 당 후보와 겨루는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게 당내경선입니다. 흔히들 말하길, 같이 여행을 다녀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요? 함께 선거를 치러보면 한 사람의 그릇과 그 바닥까지 알 수 있습니다. 선거 때는 서로 감동도 크지만 그만큼 미움과 원망도 큽니다. 이렇듯 밀도 높고 전쟁 같은 경선이 끝난 후 승자와 패자가 가려집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아무리 같은 당이라지만 서로 경선을 하며 생겼던 감정의 골이 쉽게 메꿔지지 않습니다. 스타 크래프트 게임에 진 후, 쿨하게 gg를 치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졌지만, 좋은 게임이었다. 너 훌륭하다? 하이고, 서로 원수가 안 되면 다행입니다. 여러분이라면, 내가 경선에서 졌는데 나와 겨루었던 후보의 사무실에 내 선거처럼 매일 나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그토록 치열하게 경쟁했던 다른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진심으로 그 후보의 승리를 위해 연설할 수 있을까요?

기-승-전- 제 자랑으로 마무리하자면, 저는 자기 선거에 지고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세 차례 총선 캠프에 있으면서 선거에 진 적도 있고 이긴 적도 있지만 좋은 후보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제가 정치에 눈 뜨고 도의원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한 계기도 이런 경험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스타 크래프트의 세계에서 각자의 특기로 무장한 세 종족이 자기만의 선명한 캐릭터를 살려 경쟁하듯이, 4월 총선에서도 네거티브가 아닌 각자의 장점과 캐릭터로 승부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눈 밝은 유권자분들이 비록 당내선거에서는 졌지만 결과에 승복하며 gg를 외치는 낙선자에게는 꼭 다음 기회를 주리라 믿습니다.

아 참, 저는 인간미 넘치는 테란족이 좋습니다.

황수영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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