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아주대학교의료원의 유희석 원장이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을 하는 과거 대화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녹취된 내용에는 유 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폭언을 하는 내용이 나오고 이 교수는 맥빠진 목소리로 답하면서다. 일단 아주대병원 측은 녹음 파일과 관련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내막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여러 추측이 무성해 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갈등의 논란에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이 ‘닥터 헬기’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 교수는 총상을 입고 죽음 고비까지 갔던 ‘아데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이름을 알린 이후 중증외상 센터 확대 및 국가 지원의 필요성 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러니까 이동 중에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닥터 헬기 도입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후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오면서 여러 뉴스에 올려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저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 인터뷰를 하기도 한 것이 그것이다. 전국에서는 최초로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는 취항식 전부터 이 사업의 주관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더구나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서 병원 수뇌부와 이 교수의 갈등이 깊어진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아주대 병원이 최근 사업 반납까지 검토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주대병원 근처의 주민 얘기처럼 헬기의 이착륙 소음을 단순히 소음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그 헬기에 탑승한 이들의 간절함을 아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의료원장을 빚대 이순신을 질투하는 선조같다는 말 까지 나올 정도다. 이 교수와 외상센터를 지지하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 남부권 외상센터가 인력난에 허덕이는 현실에 병원측으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물론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가 ‘2019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접한지 열흘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 역시 여간 곤욕스러운 소식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교수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상욱 아주대병원장 역시 이번 평가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전국 1위의 성적으로 최상위 등급을 획득함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상센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됐다"며 "중증 외상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욕설이 담긴 막말을 들은 국민들은 수년 전 외상센터와 병원 내 다른 과와의 협진 문제를 두고 유 원장과 이 교수가 나눈 대화의 일부라 해도 석연치 않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이 교수는 해군과 함께 하는 훈련에 참석 중이어서 현재 한국에 없어 정확한 경위 파악이 어렵다. 다만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 교수가 외상센터 운영 현황에 대한 질의에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말을 한 것에 모든 뜻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단순한 응원 말고 정책적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 교수 입에서 사정이 나아진 것도 없다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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