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요청하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요청하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비롯, 부동산 정책과 법무부와 검찰간 갈등, 협치내각 구성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 ‘비핵화 낙관론’…북미 대화 의지 신뢰 = 문 대통령은 북미간 교착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북미 정상 간 신뢰만을 바라보며 상황을 관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대화 모두 낙관할 수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운전자 역할을 자처하며 형성해 온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낙관론으로 분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화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에는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상응조치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때까지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도록 함께 협력하겠다"고 역설했다.



◇ 부동산정책 고강도 대책 예고 = 문 대통령은 3년 전보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회복돼야 한다면서 고강도 대책을 예고했다. 12·16 대책에도 불구하고 풍선효과가 생기는 등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잡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히 상승한 곳이 있는데, 이런 지역들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집값이 오른 곳에 대해서는 가격 안정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면서 "지금의 대책 내용이 뭔가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대책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등이 거론된다.

다만 거래세나 양도소득세 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를 밝혔다.



◇ 尹총장에 ‘신뢰·경고’=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신뢰와 경고의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막강하다. 개혁 이 부분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사건의 직접 수사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고 기소 독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공수처의 기소권도 제한되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은 빚은데 대해서는 추 장관의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말해야 할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에 인사 명단을 가져와야만 의견을 말할 수 있겠다’고 한다면 인사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 권한, 권력을 누린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으로 하여금 검찰개혁에 보다 힘있게 나서줄 것을 독려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협치내각’ 구성 제기…현실화 미지수 =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구상을 밝히면서 4·15 총선 이후 야당 인사들이 참여하는 내각 구성을 언급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야당이 극렬 반대할 경우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 과정에서 여야의 극한 대치가 무한 반복될 수 밖에 없어 임기 후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야당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다음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함께 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치내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한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구상의 일단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분들이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내각에 합류하면 자신이 속한 기반 속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그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집권초기 협치내각을 시도하면서 겪은 애로를 밝혔다.

다만 여야간 주요 정책이나 쟁점이 첨예한 현안들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협치내각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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