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하철이 3개역 전에 있다. 곧 오겠지 싶다. 하지만 지하철은 계속 같은 역에 머무른다. 지하철은 멈췄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지하철은 5분 이상을 같은 역에 정차한다. 그 후 다음 지하철은 ‘당역통과’라 쓰인 급행열차로 바뀐다. 동시에 안내방송이 나온다.

"급행열차를 보내는 관계로 다음 열차가 늦어질 전망입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ㅅ’자가 들어간 욕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곧이어 달려오는 급행열차는 ‘나 먼저 갈게~’라고 약 올리듯 내 앞을 ‘생’하고 지나간다.

최근 들어 수도권 1호선 지하철 이용자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들을 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운행을 기존 34회에서 60회로 늘리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역은 배차 간격이 기존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10분 기다릴 열차가 30분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또 새로운 배차 시간표가 만들어졌지만 급행열차 먼저 보내느라 늘 시간표와 맞지 않다.

통근 시간을 줄이겠다더니 오히려 통근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결국 코레일 측은 개선을 위한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임시 급행전철을 투입하고 있다. 사전 검증 없이 실행한 정책의 폐해다. 사실은 검증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하철 한 번만 타 봤어도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됐을 것이다. 급행열차가 지나갈 땐 완행열차가 잠시 정차한다는 점을 몰랐을까?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역은 이용객이 거의 없다고 여겼을까? 통근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을 전혀 못했을까? 영화 기생충의 "지하철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싫다던 박사장이 정책을 입안했나? 등의 의문이 든다.

국토부는 문제점을 전혀 예상 못했는지 지난달 관련 보도자료에 일부노선이 폐지되는 문제는 언급을 하지 않고 편의성이 높아진다고 홍보만 했다.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은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중교통 정책을 시행할 땐 그 점을 잘 유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시민에 이어 1호선 이용자들이 물이 나빠질 수 있다.


박병준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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