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형님, 동생들이 하나, 둘 돌아오네~"

"3대 독자가 무슨 형, 동생이야...친척중에 가출한 사람 있어."

스마트 폰을 보며 불쑥 내뱉은 A의 말에 B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 마디 한다.

B에게 한소리 들은 A. 갑자기 보던 스마트폰을 쑥 내민다.

A가 보라고 내민 스마트폰 문자에는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00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예정인 000입니다"> <"반갑습니다! 00당 예비후보 ㅇㅇㅇ입니다">

허탈하게 웃는 B와 필자.

그러고보니 올해부터 이와 유사한 내용의 문자가 일주일에 꼭 한두번은 어김없이 전송돼 온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오던 것이 해가 바뀌면서 전송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덧 정치의 계절, 총선이 바짝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지인들과 선거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유세기간 중 가장 짜증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문자폭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선거유세 기간동안 쉴세없이 몰려드는 문자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보내는 입장에서는 유권자 1명이지만 받는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거에 SNS와 인터넷 등을 활용한 유세가 도입된지도 벌써 15여년을 훌쩍 넘어섰다. 연설, 거리유세 등 고전전인 선거방법에 비해 역사는 짧을지 모르나 파급력 만큼은 절대적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IT강국답게 국민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스마트폰 이용자도 4천만명 이상이다.

사실상 영유아와 일부 노년층을 제외한 전 국민이 SNS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또 이들이 사용하는 메시지만해도 매일 수억 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 진영에서는 SNS전담팀을 구성하는 물론,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영상홍보를 위한 유튜브를 맡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통과되면서 고3 일부 학생들의 선거참여가 가능해져 후보자들의 SNS활용폭은 더욱 커질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선거철 때마다 정치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선거브로커’가 아닌 ‘SNS전문업자’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과욕이 넘쳐 유권자들의 짜증을 계속 유발시키면 ‘SNS로 흥한자 SNS로 망한다’는 사실도 명심했으면 한다.

문자폭탄에 이어 선거철만 되면 ‘고향을 위해 이 한몸 바치겠다’는 집 나간 형님, 동생, 누나, 언니들이다. 이들 중에는 거창한 직함을 내세워 자신을 포장한다.

물론, 이들 중 정말 소신을 가지고 고향을 위해 출마하는 후보들도 있겠으나 유독 선거철에만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들이 미덥지 못한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또 이번 선거에서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청와대 관련 직함을 들고 출마에 나서는 후보들이 유독 많다는 것이다. 대략 알려진 것만 해도 60~70명의 인물들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정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청와대 출신으로 국회를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이 대목에서 A가 격정을 쏟아낸다.

"후보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거창한 직함 내세우는거 이해해. 하지만 요즘에도 이런게 통할까 싶어. 차라리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중소정당 후보들에게 더 눈이 간다니까"

B도 한마디 거든다.

"오로지 당선만 된다면 철면피고 뭐고 다 하겠다는 거지. 선거를 통해 좋은 사람을 뽑아야 되는데 지금은 누가 덜 나쁜사람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나"

문제는 이렇게 나선 후보들의 공통점이 선거에서 낙선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선거 유세기간 동안 강조한 유권자들과의 약속과 봉사의 다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돌아온다. 2년 또는 4년후 돌아올 정치의 계절에 말이다.

신정훈 지역사회부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