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사실상 시작되었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공직선거법 등의 쟁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여와 야는 사활을 건 선거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직선거법이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구를 최대한 확보하고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통한 원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수준에서 정리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연동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의 수를 제한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지만, 비례대표를 목표로 하는 다수의 정당이 등장할 것이다. 한편으로 소수 정당의 난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가 어떤 형식으로 발전되어야 하는지,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 도입 등 직접민주주의와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지,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떤 것이 현실에 맞는지, 미국식 순수한 대통령제와 양원제의 개헌을 통해 지역의 대표들로 상원으로 구성하는 것은 어떤지,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는 적절한 것인지,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등 꼭 필요한 논의는 사라지고 그저 우리 정당이 몇 석을 얻을 수 있느냐만 남는 공직선거법이 되었다.

당장 현실적인 쟁점은 지역별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이다. 치열하고 복잡한 정치 역학이 작용하는 민감한 쟁점들이다.

그런데 인천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나’ 개인의 지역구에만 관심이 있고 인천 전체의 국회의원 정수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4년 전 20대 총선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의 기준일에 인천의 인구는 292만3천30명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최적 의석수는 14.36석이었다. 하지만 최종 배정받은 의석수는 13석에, 선거구당 평균 인구는 22만4천848명이었다.

같은 시점의 부산의 인구는 351만5천689명으로 최적 의석수는 17.27석이었다. 반면 최종 배정받은 의석수는 18석에, 선거구당 평균 인구는 19만5천316명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59만2천659명의 인구 차이에 국회의원은 5석이나 차이가 있다. 평균 인구를 반영할 때 5석 차이가 나려면 112만4천240명이 더 많아야 한다. 인천과 부산은 14석과 17석, 또는 15석과 18석으로 3석의 차이가 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1석, 부산은 +1석이 되면서 5석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제도는 투표가치의 등가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주장하던 여당과 야당들의 명분도 진실한 민의의 반영 즉, 투표가치의 등가성에 있었다. 투표권자 1인이 행사하는 1표의 가치는 전국적으로 동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에서는 22만4천848명이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반면, 부산에서는 19만5천316명이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 단순히 계산해서 선거구당 인천의 2만9천532표가 무의미하게 되었다. 인천을 기준으로 하면 10%, 부산 기준으로는 15%가 넘는 표가 무가치하게 평가된 것이다.

올해 있을 21대 총선의 인구기준일은 2019년 1월 31일이다. 이날 대한민국 총인구 5천182만6천287명을 지역구 의석수 253석으로 나누면 국회의원 1명당 평균 인구는 20만4천847명이 된다. 같은 기준일 인천의 인구는 295만5천916명으로 평균 인구수를 대비할 때 인천에 할당되어야 하는 의석수는 14.4석이다.

그런데 선거일로부터 15개월 전을 기준일로 하는 공직선거법 자체의 위헌성 논의는 아무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총조사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1년 이전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고도로 전산화된 행정능력은 인구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정도다. 15개월 이전이라는 기준은 인구감소지역을 배려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 민의를 정당하게 반영하려면 기준일을 선거일로부터 최대한 가까운 날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21대 총선 바로 직전 해의 말일인 2019년 12월 31일이 적합한 기준일이 될 것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의하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인천 인구는 295만7천26명, 부산 인구는 341만3천841명이다. 인천은 약 3만이 증가했고 부산은 약 10만이 줄었다.

21대 총선거에서도 인천과 부산의 국회의원 정수가 13과 18의 5석 차이가 유지될까? 또다시 자기 몫도 못 챙길까 걱정이다. 인천이 최소 15석은 되어야 한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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