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뭐했냐·치마가 좋다' 등 안내데스크 직원에 수년간 성희롱 발언

경기도청 공무원 게시판 '와글와글'

"임신은 돌아가면서 해야 업무에 차질이 없지", "치마를 착용해야 보기가 좋아", "우리 아들 XX가 큰데 한번 만나봐라"

경기도청 안내데스크 여직원들에게 수년간 가해졌던 경기도청 공무원의 성(性) 비위 실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수년간 성추행·성희롱을 당해왔던 직원들이 직접 공무원 내부 게시판에 이를 고발하는 등 공론화에 나서면서다.

특히 민선 7기 경기도가 성 비위 공무원들에게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대처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사각지대에 놓인 공무직 근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경기도청 공무원 게시판 ‘와글와글’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투(me too)’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익명으로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 및 중부일보 취재결과 게시글 작성자는 도청 직원 A씨로부터 수년간 도청 안내데스크 여직원들이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입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직원들 앞에서 "우리 아들의 XX가 크다. 만나는 여자는 좋겠다. 네가 내 아들 한 번 만나봐라", "내 딸 XX가 아파서 병원을 갔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성적발언을 해왔다. 또한 휴가 사용 시에는 "남자친구랑 어디 가냐", "어제 남자친구랑 만나서 뭐했냐"고 말하고 "안내데스크에서는 치마 입는 것이 보기좋다"고 언급하는 등 성적수치심을 유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여직원들이 동시에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근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임신을 돌아가면서 하는 ‘임신순번제’를 강요하고, 본인이 퇴직하기 전까지는 "결혼, 임신을 하지말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외에도 작성자는 얇은 옷을 입고 근무할 때면 속옷 색깔에 대해 언급하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척하면서 허락받지 않은 스킨십을 자행하는 등 A씨에게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A씨가 "너희 부모님은 이런 곳에서 딸이 일하니까 불쌍하다"고 폭언하는 등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성자는 "근 5년간 성희롱과 성추행, 온갖 음담패설, 인격 모독으로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같이 일하는 직원 중 정신적 피해가 심해 심리치료가 필요한 직원도 있을 정도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와관련, 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현재 상담 요청이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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