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호 Cell 이라는 유명한 의학저널에 기면병의 원인이 하이포크레틴 제 2 수용체의 변형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당시의 기면병 원인연구는 기면병을 앓고 있는 개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으며 이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기면병 연구 센터의 30여년 동안의 연구결과였다. 이어서 2000년도에는 사람 기면병은 하이포크레틴의 부족과 연관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하이포크레틴 시스템의 결함이 낮졸림증 증상을 나타내는 기면병의 원인임을 밝히게 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스탠포드 대학 수면클리닉에 연수를 하고 있었고 논문을 낸 연구팀의 Mignot교수와도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이후 귀국을 해서 기면병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Mignot교수와 같이 기면병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면병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지금까지 20여년간 많은 기면병 환자들을 보게 되었다.

기면병은 낮에 심하게 졸립고, 밤에는 자주 깨고, 웃거나 화가 날 때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 자려고 할 때 가위눌림 증상과 뭔가가 보이고 들리는 환각증상 등이 나타나는 희귀한 수면장애이며 국내에는 약 2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환자 중에는 너무 졸려서 학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직장에서도 존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환자들도 보았다.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생활유지가 안 될 정도로 병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들에게 사회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들이다.

2002년도부터 환자들과 보호자들과 함께 하는 기면병 환자보호자 모임을 일년에 두 번씩 해 오면서 환자 자조 모임이 형성되어 이제는 그 회원수만 4천700여명이 되며 회원들은 서로 도와 주고 정보를 교환한다.

자조모임을 통해서 환자들의 권익 증진에 대한 노력의 결과 기면병이 산정특례 대상이 되어 치료에 부담을 줄여 주었다.

기면병의 원인이 되는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의 다른 이름은 오렉신이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하이포크레틴(오렉신)을 분비하는 세포가 약 10만개가 있다고 한다. 오렉신의 작용을 살펴보자.

오렉신이 기면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오렉신과 식욕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었다. 오렉신은 식욕을 관장하여 허기가 지면 그 분비가 증가하고, 포만감을 느끼면 그 분비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오렉신은 식욕을 관장하는 기능 외에도 의식을 깨우거나 주의력을 높이는 등의 각성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오렉신의 분비를 활성화 시키는 요소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오렉신은 식욕을 관장하여 허기가 지면 분비가 증가하는데 공복 상태에서 분비가 활성화된다.

또한 체내 시계에 의해서도 분비가 조절되는데, 아침이 되면 오렉신의 분비가 활성화 된다.

마지막으로 감정이 고양될 경우에도 오렉신의 분비는 증가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오렉신은 어떻게 각성 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오렉신은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고 우리 몸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관여한다.

우리 몸에는 수면 중추와 각성 중추가 존재하는데 만약 우리 몸이 수면을 취하게 된다면 수면 중추는 각성 중추를 억제하게 되고, 이 때 오렉신을 분비하는 뉴런의 활동도 함께 억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오렉신 분비 뉴런에서 오렉신이 분비된다면 각성 중추가 수면 중추를 다시 억제하게 되고, 우리 몸은 잠에서 깨어나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같이 우리의 뇌는 스위치와 같은 원리로 움직이게 된다.

오렉신은 흥분 상태에서 분비돼 우리 몸을 각성 상태로 유지하고 수면 상태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만약 이런 오렉신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못한다면 우리 몸의 스위치는 켜지거나 꺼지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기면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렉신의 작용을 이용해서 불면증과 기면병을 치료하는 약제를 만들었다.

오렉신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은 불면증 치료제로 수면을 유도하는 기능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처방되고 있으며 오렉신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은 기면병 치료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임상시험을 거의 마친 단계에 와 있다.

이러한 기면병의 원인이 되는 하이포크레틴(오렉신) 신경전달물질의 발견은 기면병의 원인을 밝힌 것 이외에도 불면증과 기면병의 치료제로서 적절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면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많이 깨닫게 된다.

 

홍승철 가톨릭 대학교 성빈센트 병원 수면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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