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 지정 8개월 만에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비례대표 30석에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50%를 연동하는,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21대 총선에 도입된다.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세력은 환호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회가 소수 정당의 의회진출 등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대다수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민의의 정당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 평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법 개정만으로 다음 국회가 "대다수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민의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애초 논의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50%짜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다시 비례의석 30석에만 50%를 연동시키는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한 것도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개혁은 언제나 불가하다. 서툰 발걸음이라도 일단 내딛는 것이 낫다고 본다. 국회를 진정한 의미에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연동률’ 같은 규칙이 아니다.

문제는 ‘규제’다. 경제도 아니고 정치에 무슨 규제 타령인가 싶지만, 정치도 규제가 문제다.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꼽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민심 그대로 국회’의 구성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는 분명하다.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4년 전 ‘한겨레’ 칼럼("헌법 위의 선거법")에서, ‘선거법의 기본정신’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정해진 기간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

조문을 들여다 보자. 선거운동이란 "당선 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공직선거법 제58조제1항)이다.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동법 제59조) 규정된 기간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동법 제254조) 제21대 국회의원선거기간은 4월 2일부터 15일까지, 총 14일이다. 선거 당일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 선거 운동 기간은 13일이다.

정해진 13일 이외에, "당선 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하면 처벌받는다. 그런데 일상적인 정치 활동과 선거운동을 구별할 수 있을까? 어렵다. 구별이 어려우니 처벌이 우려된다. 선거기간이 아닌 때, 정치인은 움츠러든다. 유권자는 우리 동네에 누가, 무엇을 위해 출마하는지 알기 어렵다.

선거운동 규제는 ‘민의(民意) 형성’을 저해한다. 출마자가 본인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정견을 드러낼 길이 드물다. 선거기간 전 출마자가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선거일 전 120일부터)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출근길에 명함을 뿌리는 등의 제한된 방법뿐이다. 출마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니, 선거는 정당 이미지 투표로 전락하고 만다. 누군가 지역구에서 승리해 배지를 단다 하더라도, 유권자는 제 손으로 뽑은 정치인에게 유대감을 갖지 못한다.

선거운동 규제의 해로움을 지적하는 이는 일부 학자, 시민단체,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말과 전화로 하는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냈다. 4년마다 물갈이되는 국회가 꾸준히 불신과 혐오를 받는 까닭은, 아마도 시민과 정치인의 만남을 허하지 않는 선거운동 규제 탓일 테다. 이를 혁신하는 것이야말로 ‘연동률’을 제고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선거법 개혁, 정치 개혁이라고 확신한다.

김명환 윈지코리아컨설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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