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만 되면 설 차례상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헷갈린다.

일년에 두번씩 하는 제사상이 이렇게 헷갈리는 이유는 갑오개혁 이후 우리나라의 제사상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신분제가 사라지면서 양민 이하의 계급에 대해 양반들이 우월성을 지키기위해 제수를 화려하게 꾸민것이다.

또 각 집마다 차례 방법이 달라 일반적인 차례상을 설명한 율곡은 격몽요결 제찬도(栗谷 擊蒙要訣 祭饌圖)를 통해 "지금의 세상 습속을 보면 예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 집집마다 같지 않으니 매우 가소로운 일이다"라며 "이에 제사예법을 적어 뒤에 덧붙이고, 또 거기에 그림까지 그려놓았으니 반드시 잘 살펴서 그대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차례의 역사

차례의 역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개중에는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중국에서 영항을 받아 지냈던 제천행사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지지받고 있다.

그 근거로 차례의 한자가 차(茶)를 올려 예(禮)를 다한다’이며, 삼국유사와 그 이후 조선 초기 율곡 이이가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자의 저서 ‘가례(家禮)’를 참고해 집필한 ‘격몽요결’에도 제사상에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역시도 시점의 차이는 다소 존재하지만 과거 사당에서 지냈던 ‘참례’와 ‘천신례’ 등에서 지금의 차례로 이어져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참례나 천신제는 사당에 신주나 위패를 모셔놓고 그때 새로 수확한 곡식과 과일 등을 간단히 올리는 제를 말하는데, 여기에 차를 함께 올렸다는 것에서 ‘차례’가 유래됐다는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찻잎이 귀했기 때문에 차를 제사상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명칭만은 계속 사용해왔다는 해석이다.
 

◇ 제사상의 위치와 그 의미

제사상차림의 기준위치는 지방(신위)가 있는 쪽이 북쪽이다.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신위의 왼쪽은 서쪽이다.

남자조상은 서쪽(왼쪽), 여자조상은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즉, 남자조상의 신위(지방), 밥, 국, 술잔은 왼쪽에 놓고 여자조상은 오른쪽에 놓는다.

조상의 제사는 배우자가 있을 경우 함께 모신다. 이를 합설(合設)이라고 한다. 밥, 국, 술잔은 따로 놓고 나머지 제수는 공통으로 한다.

반서갱동(飯西羹東), 밥은 서쪽(왼쪽), 국은 동쪽(오른쪽)에 위치 한다는 뜻이다. 산 사람의 상차림과 반대로 놔야한다. 수저는 중앙에 놓는다.

고기는 서쪽(왼쪽), 생선은 동쪽(오른쪽), 어동육서(魚東肉西)다. 상위에 놓을 떄도 꼬리는 서쪽(왼쪽), 머리는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이것이 적전중앙(炙奠中央)에 따라 적(炙)은 중앙에 위치한다.

생동숙서(生東熟西)에 따라 나물은 서쪽(왼쪽), 김치는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좌포우혜(左脯右醯), 포는 서쪽(왼쪽), 식혜는 동쪽(오른쪽)에 위치한다.

이후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든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다.

과일은 대추, 밤, 배, 감의 순으로 놓는다. 보통 진열의 왼쪽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으며 그외의 과일은 순서가 없다.

다만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고 있다.

이 과일들은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상징한다.

한나무에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리는 대추는 자손의 번성을 의미한다. 통씨인 대추씨는 순수한 혈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례상에서 빠지지 않고 오르는 과일인 이유다.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다는 의미가 된다. 썩지 않는 씨밤이 조상과 후손들의 영원한 영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배의 황색은 깨달음을 상징하며 배에는 수분이 많은데, 이 수분은 지혜를 의미한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물로 쓰인다는 설도 있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줄기 속에 검은 진액이 없고, 열매가 열린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검은 진액이 들어 있다. 이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 부모의 아픔과 비슷하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놓는다.



◇ 차례상, 복잡한 이유는 ‘건강’

왜 차례상은 이처럼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해, 두동미서로 놓는 것일까?

복잡한 차례상에 대한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상들의 건강에 대한 지혜가 상차림에 투영 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좌포우해의 경우 포종류의 음식보다는 절임 종류의 음식이 좋고, 어동육서 또한 육(肉=육류)의 음식보다는 어(魚=생선류)의 음식이 좋다고 여겨진다.

두동미서는 꼬리의 음식보다는 머리의 음식이 좋은 것이니 좋은 것을 먼저 먹고, 자주 먹어야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율이시의 경우 과일은 신위 쪽에서 가장 먼 줄에 있으니 약처럼 가끔씩 먹을 일이로되 뼈에 좋은 대추, 머리에 좋은 밤, 배에 좋은 배, 피부에 좋은 감의 순서로 좋은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홍동백서는 백(白=흰색) 종류의 음식보다는 홍(紅=붉은색) 종류의 음식이 좋은 것이니 먼저 먹고 자주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들을 함께 먹어야 몸에 좋다는 것을 자손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다.



 

◇ 설 차례상 차리는데 드는 돈 평균 24만9천823원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장보기 비용은 평균 24만9천823원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설을 앞두고 서울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90곳에서 제수 25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설(24만6천422원)과 비교하면 1.4% 상승했다.

제수 용품 장만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19만5천830원으로 가장 적게 들었다.

이어 일반 슈퍼마켓 21만7천698원, 대형마트 24만4천788원, 기업형 슈퍼마켓(SSM) 25만3천296원, 백화점 39만1천119원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SSM만 3.5% 하락했고, 대형마트(1.9%), 전통시장(2%), 백화점(2.5%), 일반 슈퍼(6.2%) 모두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25개 가운데 17개가 지난해보다 값이 올랐고 8개는 내렸다.

수산물(-10%)과 약과나 유과 같은 기타 식품(-4.5%) 가격은 하락했지만, 축산물(1.6%)과 과일(1.8%), 가공식품(5.6%), 채소·임산물(6.1%) 등은 올랐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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