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신촌역을 포함한 신촌 거리는 연세대학교의 소유가 아니다. 하지만 연세대 학생들은 신촌 거리를 학교 앞 공간으로 인식하며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어떠한 사람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서강대학교와 이화여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신촌역 부근에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신촌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 는 말을 들으면 연세대를 우선 떠올리게 되는 것은 편견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인식의 결과일까.

2호선 홍대입구역은 홍익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교통편의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학교수업을 받으러 가기위해 홍대입구역에서 내린다고 한다면 홍익대학교 학생이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젊은이들로 가득한 홍대 앞 젊음의 거리에서 정작 ‘홍대생’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이미 국민들의 머릿속에 홍대 앞은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우선 인식되어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홍대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을 때 ‘왜 굳이 남의 학교 앞에서 만나자고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런 식으로 이의를 제기 한다면, 그 사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과는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미 우리들의 일반적 상식 속에 홍대입구역을 비롯한 홍대 앞 젊음의 거리는 홍익대학교라는 학교를 위한 장소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홍대 앞에서 만남을 갖고 젊음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도 홍익대학교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홍대 앞을 찾지 않는다. 신촌역의 경우 역 이름 어디에도 연세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데도 연대생들은 신촌 거리를 누비고 있고, 홍대입구역 이름에 홍대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대 앞은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있다.

디자인경제학의 인식경제에서는 사물이나 관계에 대한 명시나 규정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에 따른 결과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온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친구들과 잠실에 놀러간다고 하면 롯데월드가 먼저 떠오르게 되고, 용인에 놀러간다고 하면 에버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이 경제효과는 인식 속에서 먼저 시작되어 개별적 경영활동을 통해 다듬어 진다. 누군가 홍대 앞에서 흥미로운 큰 상점을 차린 뒤 핫 플레이스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그건 개별적 경영활동이지만 그 노력을 통해 누군가는 ‘홍대 앞에 이런 흥미로운 상점이 있다’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그 인식을 통해 골목경제가 발전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국대학교는 경기도 용인의 현 위치로 오기 전까지 소위 부자동네라 일컫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소재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국대학교를 부자학교로 인식하지 않았다. 심지어 90년대말에 있었던 IMF사태 때는 대학들 중 가장먼저 부도가 난 학교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국대는 한남동의 부지를 매각한 뒤 큰 수익을 얻어 경기도 용인의 죽전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학교가 자리하고 있던 한남동 부지에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한남 더힐이 세워졌다. 단국대가 터를 옮긴 죽전동 역시 주변의 판교, 광교, 수지등의 지역발전과 함께 지역의 실질적 경제 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들은 단국대를 부자학교로 인식하지 않는다.

홍익대학교는 홍대 앞의 발전을 통해 학교 앞이 발전하는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학교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홍대 앞에서 약속을 잡고 홍대 앞에서 경제 활동을 한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식경제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타인에게 지금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는지, 또한 그 인식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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