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손바닥 땀 많은 것도 군생활 못할 사유?
탈모·손바닥 땀 많은 것도 군생활 못할 사유?
  • 기사입력 2020.01.28 10:05
  • 최종수정 2020.01.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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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자 '장애' 이유로 전역하자 심신장애 전역사유 목록 관심
82년 제정 군인사규칙상 심한 손바닥 다한증·탈모도 전역 사유
본인의사 반영여지 있지만 '현실 감안한 규정 정비 필요' 지적

성전환 수술을 받은 군인에 대한 군의 강제전역 결정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육군은 지난 22일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변 씨는 여군으로 바꿔 계속 복무하길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1∼9급 심신 장애 판정을 받은 군인은 전역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과 그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였다.

군 인사법 시행규칙은 심신장애의 정도가 1∼9급 사이에 해당하고, 그 심신장애가 비전공상으로 인해 생겼을 때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퇴역 또는 제적을 시키도록 한다.

변씨는 5급 심신장애에 해당하는 '음경 상실'과 '양측 고환 결손' 등 2가지 사유가 병합돼 장애 3급 판정을 받음으로써 전역심사 대상이 됐다.

심사에서 군은 성 전환 수술에 따른 신체 변화를 성별 변화(남→여)로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수술에 따른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로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 외부에서는 대체로 이번 사안을 성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 여부 문제로 보고 있다.

몇몇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했다. 영국 BBC방송은 23일 보도에서 "한국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는 장애나 정신질환으로 자주 간주된다"고 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게이라고 공표한 의원을 선출한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관용(다양성 인정)이 부족하다"고 했다.

군은 성 소수자의 복무에 대한 기준과 규정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안과 마주했다. 그런 상황에서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가 강제 전역 사유로 판단되다 보니, 성 전환 수술에 따른 신체 변화가 군 생활을 접어야 하는 실질적 '장애 요인'에 해당하는 지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변 씨의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환이 없으면 총이 안 쏴지나? 대포가 발사 안 되나?"며 "고환 없어도 사관학교 수석하고 보병 소대장하고 해병대 교관하고 전투기 편대장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강제 전역 사유에 해당하는 심신장애를 규정한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확인했다. 그런데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유들이 눈에 띄었다.

손바닥 다한증이나 탈모처럼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라고 보기 어려운 사유들이 포함돼 있었다.

손바닥 다한증의 경우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주먹을 쥐었을 때 30초 이내에 땀이 떨어지면 심신장애 9등급으로 판정하도록 한다. 손바닥에서 땀이 많이 날 경우 총기 사용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현대화된 군 장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탈모의 경우 두피를 포함해 눈썹과 겨드랑이, 음부 등의 모발이 완전히 탈모된 경우 심신장애 7급으로 규정한다. 또 전신 탈모가 아니더라도 전체 두피 면적의 절반 이상에서 '탈모' 또는 '추한 형태'가 있는 경우엔 5급으로 판정을 받는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2년 9월 제정된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그동안 총 50회 부분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처럼 강제전역까지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유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1∼9급 장애 판정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강제 전역되는 것은 아니다. 군에 따르면 통상 장애 등급 1∼3급이 나올 경우 전역 절차를 밟지만, 그 외 등급에서는 전역 절차를 보류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군 인사법 규정 하에서 '운용의 묘'를 살린 것이다.

또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당해 다리를 잃고도 3년 이상 군복무를 계속하다 전역한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경우처럼 장애가 심각하더라도 당사자가 '계속 복무'를 원할 경우 '고의로 장애를 초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심신 장애에 따른 전역 규정을 변화한 현실에 맞춰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경한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손바닥 다한증이나 탈모를 강제 전역 사유로 삼는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라며 "의학 수준의 발달, 군 장비의 현대화, 고도화된 사회적 의식 수준 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장애등급 기준을 개정하는데 군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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