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란다. 그러나 기상청은 날이 점차 흐려져 경기 북부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주중에는 기온이 영하 십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일기예보만 접해도 마음이 으슬으슬 북풍한설이 느껴진다.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원지가 중국이다 보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시키자는 청원이 5일자로 70만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미 총리 주재 회의에서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사회 전방위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현상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낯선 것 혹은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은 제노포비아(Zeno-Phobia)로 볼 수 있는데, 사이버공간 상에서는 일반화된 제노포비아 중 중국인에 대한 혐오현장인 시노포비아(Sino-Phobia)가 만연되고 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 여성들의 모습여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길거리 곳곳에서 쓰러지거나 난장판을 이룬 중국인들의 모습까지 혐오감을 유발할만한 극적인 장면들이 페이스북을 타고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에볼라나 메르스가 각기 콩고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되기는 하였으나 이들 지역에 대한 혐오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데 비하여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하였다.

이 같이 사회문제의 발생원을 특정 인종과 관련 지우려는 기재는 틀림없는 인종차별이다. 심리학에서는 기질적 귀인착오(Dispositional Attribution Error)가 바로 인종차별의 기본적인 원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질적 귀인이란 타인의 행동이 타고난 기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성급히 단정해버리는 인지적 기재이다. 수많은 환경적인 요인들이 실재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타 인종의 타고난 기질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오판한다.

흥미로운 점은 소위 ‘인싸(insiders)’에 대하여서는 이 같은 기질적 귀인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지하철에서 중국어로 대화를 하던 무리 중 한 명이 기침을 했을 때와 한국어를 쓰는 자가 기침을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다. 어쩌면 두 사람이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기침에 대해서는 훨씬 더 민감하게 혐오반응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인지 과정이 매우 자동적인 것이며 자기방어적 착오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판단의 대상이 ‘인싸’가 아닌 ‘아싸(outsiders)’라면 문제행동의 원인을 더욱 그들의 기질에 귀착시켜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하여 그에 대한 정보처리의 에너지를 대폭 절약해버린다.

이런 차별을 줄이기 위하여서는 정보처리과정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바, 전염병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며 근거 있는 대책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차별금지법 입법하는 방안 등 처벌규정을 두어 인종차별이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게 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서라도 속도를 늦춘다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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