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포털사이트에 수원시 한 아파트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미계약분 42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 모집을 했는데 6만8천명이 몰려 1천6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는 것이었다. 지난 1월 15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노선이 예비타당성을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화서역 인근과 호매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광교의 전용면적 85㎡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대라는 기사와 망포동, 매탄동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사이 1억 원이 올랐다는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서울 강남의 집값 급등 소식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던 수원에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서울의 주택규제가 풍선효과로 수원, 용인 일대의 집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집값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내 집값만 오르면 좋겠지만 다른 곳도 같이 오르면 별로 나아질 게 없다.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집값이 올라서 기분은 좋은데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세금만 많이 내게 된다는 사실을 재산세 고지서가 나올 때 깨닫게 된다. 전세, 월세를 얻거나 집을 사려고 생각 중이던 사람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해 고민이 더 커졌다. 같은 수원에 살면서도 집값이 제자리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경기도는 그동안 서울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여 많은 주택을 공급해 왔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29만 호, 판교, 운정, 동탄, 한강 신도시 등 2기 신도시에 60만 호의 주택을 공급했다. 현재 계획 중인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를 통해서 16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전체적으로는 주택이 부족하지 않으며 오히려 저출산을 고려할 때 주택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요가 많은 강남에 주택이 공급되지 않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 개발로 인해 보상비가 풀리면 경기도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수 있다. 하남선, 소사∼대곡선, 별내선 등 속속 개통되는 철도도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다. 철도사업과 관련해서 계획 발표, 착공, 개통 등 세 번에 걸쳐 주변 집값 및 토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있는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젊은 사람들이 자산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된 주거권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매입, 전세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다가구, 다세대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계약을 맺어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주택 구입이 어려운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서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확대 추진해야 한다. 로또처럼 일부만 혜택 보지 않도록 기존 시가지를 적극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책의 수혜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모 정당에서는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 GTX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에 청년벤처타운과 신혼부부특화단지가 연계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역세권 주변의 임대주택에 살 때는 편했는데 임대기간이 끝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면 집값이 너무 올라서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주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서울의 일자리 이전 없이 경기도에서 잠만 자고 직장은 서울로 다니는 형태가 지속되어 매일 아침마다 경기도 주민들은 출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산업의 뒷받침 없는 주거 중심의 도시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교통문제를 유발시킨다. 3기 신도시를 계획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가장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2040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20년 뒤 경기도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변화될까? GTX A, B, C 노선이 완공되어 상업과 업무, 주거가 혼합된 도시가 만들어져서 더 이상 출근전쟁을 벌이지 않기 바란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맞물려서 경기도에 건설되고 있는 많은 아파트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도 궁금하다. 경기도민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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