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시저스-인천도시공사 합작 사업시작, 토지매각 저조로 자금조달 힘들어져 결국 사업중단
중국 관광객 유치 내걸고 자금 끊은듯… 상황 심각불구 경제청은 뒷짐만 져

2016년 인천도시공사가 지지부진했던 미단시티개발㈜를 해체하고 운영 전면에 나섰다. 3천4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 빚을 대신 갚아 땅을 되돌려 받고, 땅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인천도시공사는 땅을 팔기 위해 전체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카지노를 앞세운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은 땅 매각에 방점을 둔 채 10년 가까이 허송세월만 보낼 뿐이다. 대규모 외자가 투입되는 부동산 개발이지만 인천도시공사는 여전히 땅만 팔겠다는 복안이다. 중부일보는 3회에 걸쳐 미단시티 개발사업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인천도시공사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인천도시공사

(상)카지노복합리조트도시 미단시티, ‘잭팟’은 신기루인가

최근 미단시티 카지노 건설 공사가 멈췄다. 공사를 하던 쌍용건설이 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지난 11일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탓이다.

기성금 미지급,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상은 미단시티 개발사업의 시행구조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 때문이다. 그 내막을 파고들면 총체적 난국이다.

미단시티 개발사업의 시작은 지난 2007년 3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중국 화상)과 미국 카지노기업인 시저스의 컨소시엄인 LOCZ가 인천도시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다.

같은 해 6월 LOCZ는 104만㎡의 땅을 6천694억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0년 후 토지매각 실적은 전체 31%로 매우 저조했고 결국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다.

결국 출자사인 리포그룹이 지분 철회를 선언했지만 중국 광저우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R&F 프라퍼티스가 2016년 9월 리포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해 사업은 다시 정상궤도를 찾는 듯 했다.

이후 시저스와 R&F그룹이 ‘5대 5’ 지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금액은 5억 달러(약 5천916억 원)로 현재까지 1억5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2017년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25%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자금의 추가 투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엔 세계 경제 흐름이 동행한다.

R&F그룹과 시저스의 합작법인인 RFCZ는 각각 1천500억 원씩 3천억 원을 출자해 터파기 등 기초공사 비용으로 소진했다.

쌍용건설은 당초 토목(터파기) 공사만을 하도급으로 발주받아 사업에 발을 담궜다. 이후 R&F의 자회사인 티안리 코리아 컨스트럭션으로 시공사가 바뀌면서 발목이 잡혔다.

티안리로부터 지속적인 하도급을 요청받은 쌍용은 유야무야 공사를 진행해 왔다.

쌍용 입장에서는 R&F가 지난해 시저스의 미국 전체 카지노사업 합병에 따른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면서 모기업인 영국법인으로부터 4천억 원의 추가출자를 미루고 있음을 알지 못한 것이다.

특히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미국 내 가족·휴양을 위한 카지노업을 운영하는 내수 위주의 엘도라도 그룹에 라이센스를 포함한 주요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한 R&F는 지분율 확장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 전략적으로 파이낸싱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외 상황이 이렇지만 인천경제차유구역청과 인천도시공사는 ‘강 건너 불구경’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단순히 시공사인 티안리와 쌍용건설 사이에 발생한 대금 지연이 공사 중단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정부의 관심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오는 4월 준공할 계획이었던 ‘미단시티 미분양 토지 매각 활성화 방안’ 용역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지금의 콘셉트로 땅을 팔아왔지만 성과가 미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큰 틀의 콘셉트를 다시 짤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148만6천㎡ 땅 중 65만8천㎡를 팔기 위한 계획 수립에 이 용역의 비용은 고작 7억8천만 원이다.

참여 업체도 부동산 투자개발·건축사·설계사 등으로, 카지노복합리조트와 관련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아니다.


정민교·유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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