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곡반정동 코오롱하늘채 현장, 값싼 외국인노동자에 일자리 뺏겨
50m 상공서 핫백 의지한채 항의

18일 오후 수원시 곡반정동 명당골 코오롱 하늘채 건설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이래익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영운기자
18일 오후 수원시 곡반정동 명당골 코오롱 하늘채 건설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이래익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영운기자

건설노동자 이래익(50)씨는 18일 새벽 3시께 최근 공사가 진행중인 수원 곡반정동 ‘명당골 코오롱 하늘채’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5호기 위에 올랐다.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시간에 이씨는 일할 곳이 있지만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8℃.

오전 7시 30분께에는 전기도 끊겨 이 씨는 50m 상공위에서 핫팩에만 의지한 채 버텼다.

점심 식사는 동료들이 밧줄로 묶어 올려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한국노총 소속인 이씨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6~7개월 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함께 공공연하게 전국 공사장에 파고든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꼬집었다.

물론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경기가 불황이라 일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일자리 마저도 값싼 외국인 노동자에게 빼았기고 있다는 게 이 씨 설명이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은 통계청이 실시한 ‘2018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를 토대로 외국인 취업자는 당해 5월 기준 11만700명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통계 외에 불법 체류자를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 노동자는 약 22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 경기도 좋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을 2018년과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11.9% 줄어든 49만호로 집계했다.

전국적으로 5년 평균대비 24.1% 줄어든 수치다.

이 씨는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우선 우리가 일하고 살아야 하지 않나. 어떤 방식으로 노동 운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은 막아달라. 함께 일하자"고 말했다.

지상에서는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200여명이 ‘불법 외국인이 지은 건설현장 우리가족 피해본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열었으며, 비슷한 시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20여명도 맞불 집회를 개최하려다 경찰 측의 만류로 마찰은 피하게 됐다.

이와관련 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현장 노동자들이 어떤 노조 소속인지 모른다"며 "협력업체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어떤 노조 소속인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kplock@joongboo.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